블록체인, 암호화폐 넘어 '디지털산업 기반 기술'로 확산

부동산 감정평가서 유통부터
전자신분증 등 신원확인까지
신뢰성 담보로 도입 사례 늘어
사행성 이미지 벗고 성장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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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와 산업계 백본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은 물론 모바일 전자신분증, 본인인증 서비스까지 활용처가 다양해지고 있다. 금융권과 행정부 중심으로 차세대 기반 기술로 도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암호화폐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사회의 투명성 제고와 산업 정밀도를 높이는 요소 기술로 자리매김할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감정평가사협회(KAPA)는 최근 블록체인 기반의 감정평가서 디지털화 기술을 개발했다. 금융권과 감정평가법인 간 부동산 감정평가서 유통을 100% 디지털화하는 게 핵심이다. KAPA는 KB국민은행 등 대형 은행 대상으로 시스템 내재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안에 시범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은행은 부동산 담보대출을 실행하기 전에 감정평가를 거쳐 부동산 가치를 산정한다. 감정평가서 디지털화는 이미 실현했지만 이후 우편을 통해 종이 원본을 주고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문서 자체로 법적 효력을 갖게 한다. 감정평가서의 데이터 신뢰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감정평가법인과 은행이 각각 감정평가서 원장을 보유한다. 한쪽에서 일방으로 데이터를 변조할 수 없어 신뢰성이 확보된다.

행정부 차원에서도 이미 블록체인 기술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신원인증(DID)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모바일 공무원증에 이어 향후 전자주민증, 학생증 등 다양한 신원확인 서비스에 활용될 공산이 커졌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모바일 공무원증 구축 사업자로 삼성SDS과 아이티센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업계에선 올해 최대어의 하나로 꼽혀 온 사업이다. 이에 앞서 경남도의 모바일 도민카드 사업은 라온시큐어와 애드뱅크 컨소시엄이 수주, DID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초 병무청 민원포털에 DID 인증 서비스가 시작됐다. 정부 시범사업에 이어 올 하반기엔 금융권 서비스에서 DID 인증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DID는 보안업계 전문 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LG CNS 역시 최근 DID 기반 신분증 개발에 뛰어들었다. 코스닥 상장사 드림시큐리티도 지난달 DID 솔루션을 출시하는 등 점차 블록체인이 디지털 산업 인프라 기술로 자리를 잡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에서 각광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블록체인은 사회적 편견 탓에 이른바 '음지 기술'로 인식됐다. 실제 블록체인 기반 산업 가운데 수익을 내는 시장은 암호화폐에 그쳤다. 그나마도 국내에선 '사행성'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한동안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은 호재다.

전문가들은 각계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희소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숙제는 시범사업 수준을 넘어 민간의 폭넓은 선택을 받는 것이다.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공동 인증 플랫폼으로 출범한 '뱅크사인'의 흥행이 저조한 점을 고려하면 블록체인 자체가 흥행 보증 수표라고 낙관할 수 없다”면서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서는 편의성과 호환성이 중요하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레퍼런스, 신뢰가 쌓일수록 수요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호 고려대 블록체인연구소장은 “현재 금융 패러다임에서는 은행에 계좌가 있어야만 송금할 수 있지만 블록체인 시대에선 스마트폰만 있으면 계좌 없이 돈을 보낼 수 있다”면서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데이터 시장, 개인정보 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기반의 큰 성장이 예상된다. 산업계 전반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가 늘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넘어 '디지털산업 기반 기술'로 확산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