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남북이 돌파구 찾을 때 됐다”...정치권 “남북평화 멈춰선 안돼”

문 대통령, “한반도 주인 답게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하라” 지시
민주 “북한, 문 정부 믿어야”, 통합 “대북정책 수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보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보회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남과 북이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대남 비난수위를 높여가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데서 나온 첫 발언이다. 북미 간 협상과 별개로 남북 간 교류협력을 증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15일 문 대통령은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더는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는 시간까지 왔다”며 이 같이 말했다.

국제사회 여건이 좋아지기만 기다릴 수 없다며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간 교류 가능한 사업의 우선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답게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찾고 실천해 나가기 바란다고 참모진들에게 지시했다.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과 함께, 진전 없는 남북 간, 북미 간 협력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의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도 꾸준히 해나가겠다”며 “(북한을 향해선) 대화의 문을 열고 함께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에 대해선 “무거운 마음으로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난관이 조성되고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6·15 선언에 대해선 남과 북의 정상이 6·25전쟁 발발 50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앉아 회담한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정의했다.

이후 정권 변동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일관성이 흔들렸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요동치며 남북관계가 외부요인에 흔들린 적도 있었다는 게 문 대통령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오랜 단절과 전쟁 위기까지 어렵게 넘어선 지금의 남북관계를 또다시 멈춰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나와 김정은 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며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모두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엄숙한 약속”이라고 단언했다.

문 대통령은 “어렵게 이룬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키고 키워나갈 것”이라며 “북한도 소통을 단절하고 긴장을 조성하며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불편하고 어려운 문제는 소통과 협력으로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선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대화 국면의 지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엄중한 시기일수록 국회도 국민께서도 단합으로 정부에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남북이 돌파구 찾을 때 됐다”...정치권 “남북평화 멈춰선 안돼”

정치권도 한목소리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여권은 판문점 선언 비준 등 정부의 기존 대북정책 연장을, 야권은 대북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북한에 우리가 최선을 다해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 등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국회는 이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 정부 역시 남북한 정치체제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의지를 믿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을 촉구했다. 대북정책의 일관성과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미국을 향해선 남북관계 발전을 도와야 한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조속 재개되도록 대북제재 예외를 인정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위협적인 언사를 잇따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이든 대화를 닫아서는 안 된다. 민족의 미래에 책임이 있는 남북 지도자 모두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범여권 173명을 대표해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는 김경협 의원도 페이스북에 “종전선언과 평화체제에 대한 반대는 한반도의 분단과 긴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분단 장사들' '무기 장사들'의 영업 논리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야권도 북한의 도발이 있지만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행보는 멈춰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방법론에선 '저자세'가 아닌 '강한자세'로 북한에 대응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간 남북 간의 평화는 한미군사동맹을 바탕으로 한 국방능력 증대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재 남북관계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이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해결하는 데 남한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제사회의 여러 제약 때문에 실제로 이행할 수 없자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민이 최근 김여정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는 만큼 정부는 보다 강력한 자세로 대북관계에 대한 정부 입장을 국민에게 설명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김정은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해 북한의 개혁개방과 인권에 침묵한 결과로 돌아온 것이 지금의 수모”라며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 굴욕적 대북 유화정책은 파탄났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주변 4강과 긴밀하게 협의해야 하는데, 정부는 오히려 미국, 일본과 외교갈등을 증폭시키면서 남북관계를 추동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은 험난한 가시밭길이지만 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대북정책에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북한 도발 중지 촉구 결의안'을 의원 전원 명의로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