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갑질' 면죄부 받고도…'사과 없는' 애플

공정위, 세 차례 심의 끝 동의의결 개시
'부담비 등 개선' 시정방안 사실상 수용
애플 "법 위반 행위 없었다" 입장문 논란
"일자리 32만개 창출 자부심" 자화자찬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애플이 거래 지위 상 남용 행위와 관련해 과징금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조치를 피하게 됐다.

공정위가 세 차례 심의 끝에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을 개시하고 이동통신사와 부담 비용, 거래 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시정 방안을 사실상 수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동의의결안을 개시하면서 애플은 수백억원의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을 피하게 됐다. 그러나 애플이 법 위반에 대해 부인, 논란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동의의결 제도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또는 거래 상대방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18일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은 공정위에 몇 가지 시정 방안을 제시했다. △이통사들의 부담 비용을 줄이고, 비용 분담을 위한 협의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 △이통사에 일방적으로 취하는 불이익한 거래 조건 및 경영 간섭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 △일정 금액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중소사업자, 프로그램 개발자, 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 등이다.

이 같은 상생지원 방안을 통해 중소사업자, 프로그램 개발자,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동의의결을 개시했다.

이보다 앞서 애플의 동의의결 신청은 공정위로부터 두 차례 반려됐다. 지난달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건 관련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전원회의에서 거래 조건 개선과 상생 지원 방안 보완을 이유로 되돌려 보냈다.

지난해 9월에 열린 1차 심의 이후 신청인이 수정·보완한 시정 방안이 일정 부분 개선됐지만 상생지원 방안 세부 항목별 집행 계획 등의 구체성이 미흡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보다 앞서 공정위가 2016년 애플 조사에 나서고 2018년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혐의 내용을 담아 심사 보고서(공소장)를 보냈다.

공정위가 문제 삼는 애플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애플이 통신사와 비용을 갹출해서 '광고기금'을 조성한 뒤 애플 제품과 브랜드 광고만 내보냈다는 점 △애플이 자사 제품 전용 사후관리(AS) 시설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비용 일부를 통신사에 분담케 한 점이다.

이 안건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열린 전원 회의에서 세 차례 심의했다. 공정위는 조사를 마무리하고 2018년 12월 법 위반 혐의가 담긴 심사 보고서를 제출한 후 제재 결정을 위한 전원회의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애플코리아가 동의 의결을 신청하면서 관련 절차는 중단됐다.

다만 애플 측이 입장문을 통해 법 위반 행위에 대해 부인하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20년 넘게 한국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3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어떠한 법률 위반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일각에선 “법 위반 기업을 법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비자 및 거래 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하는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자진시정안을 받아들여 피해자를 우선 구제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있다. 반면에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제재하지 않는 이상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공정위는 시일 내 애플과 협의해 시정 방안을 보완·구체화해서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후에 이해 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이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