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시무식 등 모임과 회의체가 축소되거나 형식이 많이 바뀌었다.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구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구 회장의 실용주의는 곧 고객과 LG의 성장을 위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가치 있는 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국내 기업 문화에서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는데, 현재 LG 내부에서는 '대표'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별도 취임식도 열지 않았다. 지난해 그룹 시무식은 처음으로 LG트윈타원가 아닌 LG사이언스파크에서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캐주얼 차림으로 진행했다. 올해는 수백명이 모이는 오프라인 모임 대신 신년 메시지를 담은 디지털 영상을 약 25만명의 글로벌 임직원에 이메일로 전달했다. 2018년 말부터 대부분 계열사가 자율복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하던 그룹의 전략 회의인 '사업보고회'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라 수시로 전략방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환했다. 사업보고회는 올해부터 하반기 한차례 진행하기로 했으며, 보고가 아닌 토론 형식의 격식 없는 소통자리로 전환한다.
400여명이 한꺼번에 모여 분기별로 개최하던 임원세미나도 'LG포럼'이라는 100명 미만 규모의 월례 포럼 형식으로 바꿔 임직원 간 자유로운 스터디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현장 경영에서도 실용적인 행보가 두드러진다. 구 회장은 사업현장 방문 때도 직원들이 업무에 지장을 받거나 과도한 준비로 인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하지 않도록 과거 계열사 CEO 등 여러 명의 경영진과 동행했던 방식에서 탈피해 실무 책임자 등 꼭 필요한 인원만 함께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LG 내에도 자가격리자가 늘어나자 자가격리 중인 임직원들에게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제목의 응원 메시지와 함께 개인위생 및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물품 키트를 전달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방호복, 고글, 마스크 등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LG상사 등 계열사들의 국내외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총 동원해 방호복 1만벌을 5일 만에 조달하는 등 신속한 지원도 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