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변덕스러운 대통령의 한마디로 '우주군'을 창설했다. '부츠 온 더 문(Boots on the moon)'. 말 그대로 '군화(를 신은 군대)를 달로 보낸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사막 한 가운데 기지를 세우고 로켓을 발사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포스는 주인공 마크 네이드가 4성 장군(대장)으로 승진하며 사령관으로 부임한 우주군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제만 보면 과학적 향기가 물씬 풍기는 사이언스픽션(SF) 같지만 실제 장르는 사회 풍자가 듬뿍 담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대통령은 트위터로 무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국회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빌미로 질타받는다. 기밀 정보를 호시탐탐 노리는 러시아 우주인이 기지에 파견와 있는가 하면 군 창설 1년 만에 처음으로 발사한 위성은 중국 위성의 방해로 패널이 잘려 나간다.
에피소드마다 각종 사건과 사고로 순탄치 못한 우주군의 모습이건만 마냥 웃어넘기기엔 내심 섬칫한 부분도 적지 않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주를 전장으로 펼쳐지고 있을 강대국 간 경쟁이 허구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12월 육군과 공군, 해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여섯 번째 군대로 '미합중국 우주군'을 정식 창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주군 창설을 선언하며 우주 개발을 '국가 안보 문제'로 규정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미국이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앞서 2015년 공군과 항공우주방위군을 합쳐 항공우주군을 창설했다. 유인 우주선 선저우호를 발사한 경험이 있는 중국 역시 미국 우주군과 비슷한 전략지원군을 운영 중이다. 우주를 무대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3국 간 패권 경쟁은 본격화한 셈이다.
물론 각국 우주군이 당장 우주에 전투병력을 보내고 우주무기로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현대 정보통신기술(ICT)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인 인공위성을 보호하고 정밀한 정보 자산을 획득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스타워즈' 전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우리나라 국방부 역시 우주작전 능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미사일과 우주 분야 전담부서 '미사일 우주정책과'를 신설했고, 육군과 해군은 미사일우주정책팀과 전투체계·우주정책발전과를 각각 신설해 우주 작전 능력 확보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음 달이면 처음으로 군 전용 통신위성을 보유하게 된다.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발사되는 '아나시스 2호'다.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라 기능하게 되면 유사시 미군 군사위성 주파수를 쓰지 않고 독자 작전 수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스페이스포스에 등장하는 '미 우주군' 모습은 우수꽝스럽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는 강대국의 역량이 부럽게도 느껴진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우주 안보를 책임질 대한민국 우주군을 가질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넷플릭스 드라마 '스페이스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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