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급격하게 대학의 교육과 연구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대학 강의뿐만 아니라 졸업식과 입학식은 물론 소모임부터 학술대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학술 활동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교수 경험은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학자들은 연구에 관한 내용과 방법을 포함한 대부분에서 서양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우리 나름대로 우리의 경험과 국내 전문가 의견을 모아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면서 이제는 해외 각국이 우리나라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바이오 관련 학과는 4월부터 7월까지 2주에 한 번 스탠퍼드 의생명 관련 전공 과학자 모임인 '스탠퍼드 K-바이오X'(SKBX)와 함께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강연에 참여를 희망하는 교수·학생들은 개인용컴퓨터(PC)나 스마트폰으로 연결,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학술발표회를 온라인으로 각자 사무실이나 집에서 하니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데다 모든 과정이 녹화돼 또 다른 후속 연구를 위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충분한 토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오프라인 현장 강연보다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전개할 수 있었다. 본인의 연구실이나 집에서 토론하고, 발표 자료의 특정 페이지를 다시 보면서 후속 연구와 상업화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연구실 국제화가 언제나 가능해졌다.
세계에서도 코로나19로 원격 세미나가 개최되고 있다. 지난 4월 초 필즈상 수상자인 테런스 타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교수의 강연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수준 높은 수학 세미나 가운데 실시간 온라인 영상으로 제공되는 강연 일정 정보가 공유됐다. 누구나 자신의 연구실에 앉아서 언제든지 청강할 수 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코로나19 관련 홈페이지를 만들어 세계 온라인 수학 세미나를 연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학자들이 수백년 유지된 학술 교류 방법을 단번에 바꾼 것이다. 국제수학교육위원회(ICMI)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동영상 수학교육 자료를 만들어 제공했다.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는 고교생 대상 온라인 과학강연회, 대한수학회는 '인공지능과 대학수학 심포지엄'을 각각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물론 영상회의의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 것은 사실이며, 뉴노멀을 누구보다 먼저 그리고 잘 만들어 갈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우리나라를 가두고 있는 틀을 좀 풀어 주고 새로운 시도를 한번 해보고, 또 시행착오를 겪게 해 주면 단숨에 다음 단계로 뛰어오를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사회는 대학과 교육자·연구자들을 믿고 그들에게 충분한 기회와 여유를 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들이 각 대학에 맞는 새로운 목표와 동기, 각자 다른 잣대로 신나게 연구하고 교육하길 바란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연구와 교육 혁명을 이뤄 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연구자를 보호하고, 나름대로 유의미한 창의 활동을 시도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그들이 성공할 때까지 단기 성취와 생계는 걱정하지 않도록 목표로 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해 주자. 그 가운데에서 교육이나 연구 또는 산업화에 성공한 학자에게만 걸맞은 대우로 정년보장을 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 간다면 그런 학자들은 K-바둑, K-스포츠, K-드라마, K-반도체, K-팝, K-푸드를 비롯해 필즈상과 노벨과학상을 넘어서는 다양한 창의성의 꽃을 피울 것이다. 한국의 대학 교육과 연구에서 코로나19는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상구 성균관대 교수 sglee@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