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배달대행업체 생각대로 본사와 가맹지사 간 '배달 데이터' 소유권을 놓고 논란이 점화됐다. 가맹지사가 확보한 배달기사 및 음식점 데이터베이스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쟁점에 두고 법정에서 다툴 예정이다.
배달 데이터는 플랫폼 주문 콜수 및 배달기사 숫자와 직결돼 업계 영향력을 좌우하는 정보다. 사안에 대한 법원 판단에 따라 향후 배달대행 플랫폼 간 지사 유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소유권이 본사에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 가맹지사는 사실상 본사에 영구적으로 발이 묶이게 된다.
24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생각대로 운영사 로지올은 최근 경기도 소재 한 배달지사를 '부정경쟁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각대로의 배달대행 프로그램 내 음식점과 라이더 정보를 경쟁사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무단 내려받았다는 것이 로지올 측 주장이다. 앞서 로지올은 올해 초에도 경기도 부천 소재 배달지사를 같은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통상 배달대행 생태계는 각 지역 배달을 실제 수행하는 지점(허브, 스테이션)과 음식점 배달 주문을 온라인 중개해주는 프로그램사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프로그램사는 음식점에서 발생한 주문을 각 지점에 중개해 주고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다. 각 지점은 배달기사 영입 및 지역 내 음식점 확보를 통해 주문 중개 수수료를 챙긴다. 음식점과 배달기사 역시 프로그램 업체가 아니라 배달지사와 계약을 체결한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업계에서는 로지올 측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다. 음식점과 배달기사 정보 소유권은 프로그램사가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공을 들인 지사 쪽에 있다고 보는 것이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한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에 정보를 등록한다는 것은 단순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절차일 뿐, 프로그램 내 모든 정보는 당연히 직접 가맹점, 라이더를 모은 배달지사에 있다”며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지 역시 프로그램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생각대로의 주장은 구글 클라우드에 올린 개인 자료가 구글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다른 플랫폼으로 지사가 옮겨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고소전을 남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지올 측은 데이터의 실제 보관 및 관리 주체가 가맹지사가 아닌 프로그램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데이터 중에서는 개인정보로 볼 수 있는 정보도 있기 때문에 보안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지사를 대신해 전산망을 구축했다는 측면에서다. 로지올 측 고소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평 측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