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등을 단번에 깨뜨리고 질이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을 의미한다. 현재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과 확연히 차별화하는 과정이며, 중심이 되는 핵심 기술은 초연결 기술이다. 연결 깊이와 너비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풍부한 정보는 사용자를 둘러싼 인지 수준을 높이면서 자율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연결 범위 확대는 혁신 서비스를 매개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가져오면서 동시에 지속 가능성 확보를 요구한다. 초연결성을 확대하면서 한편으로는 신뢰성(보안성) 보증을 필요로 한다. 초연결 시대의 편리하고 안전한 서비스 환경, 이것이 블록체인 기술 출현과 궤를 함께한다. 매우 작은 단위의 사물까지 연결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중앙 집중화된 서비스 관리 모형은 점차 한계에 다다를 것이며, 분산된 서비스 유통 방식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까지 블록체인 기술이 제2의 인터넷이라는 기대와 전망이 있었지만 2019년 중·후반부터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에 대응되는 가시화된 가치 수준은 암호화폐 외 시범서비스 단계에 한정돼 있어 '블록체인 피로도'라고 일컬어지는 만큼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로 중간자 개입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넘어 전 산업의 비즈니스 플랫폼 적용과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고도화를 목적으로 진화되고 있다.
기존 서비스 개선을 통한 부가된 가치 획득 수준을 넘어 혁신 서비스 개발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해결 과제는 무엇일까. 먼저 블록체인 기술을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약간 느슨히 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 적용보다 서비스 수요 관점에서 문제 해결 대안으로 다른 기술보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이 요구될 때 이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수요 관점에서 전제 조건은 무엇일까. 해답은 블록체인 기술 공급 산업과 수요 산업 간 융합 노력이 필요하며, 상호 간 의미 있는 융합 과정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수다. 블록체인 기술 공급자의 수요 산업 이해가 필요하며, 블록체인 수요자는 블록체인 기술의 이해를 필요로 한다. 상호 이해와 융합 수준이 낮은 상태로 머무르게 되면 해당 블록체인 기술은 시범서비스 수준, 결합 수준이 강인해지면 진정한 사업화 서비스로 각각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는 블록체인 기술 공급 산업과 법제도 사이에 거리감이 존재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혁명, 혁신 등은 기존 틀을 벗어나 새로운 철학과 경제 구조까지 전혀 새로운 환경과 서비스 구현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존 법·제도 체계에서는 서비스 추진의 한계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안전장치 마련을 전제로 한 블록체인 서비스 실증 특례를 더욱 활성화하고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앞에서 설명한 융합과 법·제도 문제를 포함하는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대체로 생태계는 환경 위에서 활동하는 구성원이 존재하고, 그들 사이의 규칙 등으로 조성된다. 블록체인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가 구성원이고 규칙이 관련 법·제도임을 고려할 때 블록체인 토양을 재조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 부처는 블록체인 기술 피로를 해소시켜서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산업으로서 블록체인 산업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6월 24일 국가 차원의 '블록체인기술 확산전략'이 나오면서 구체화된 추진 계획이 마련됐다. 블록체인 서비스 연구자로서 전략의 최종 목적지인 '초연결 비대면 신뢰 사회 구현'을 기대한다.
장항배 중앙대 블록체인서비스연구센터장·교수 hangbae.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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