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뷰티에 이어 K바이오가 주목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K방역'에 대한 전 세계 주목도가 높아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그동안 내수시장 한계 극복을 위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수출이 늘고 있고 기술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바이오벤처 수출 성과도 늘고 있다. 수년간 연구개발(R&D)로 탄생한 차세대 수출 후보군 상용화도 본격화된다.
글로벌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세계 주요 바이오클러스터에 공동 진출하며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꾀한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기회로…늘어나는 수출 성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보건산업 누적 수출액은 78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4.0% 증가했다. 의약품 수출은 30억9000만 달러, 의료기기 수출은 18억50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9.0%, 18.2% 늘었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진단키트, 소독제 등 K방역품목 수출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으로 한국 진단키트 등 방역제품,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높아지며 K헬스케어 월 수출액은 지난 3월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수출이 59.4%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 중 비중이 3.4%까지 높아졌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 속에 한국산 진단키트는 특수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발 빠르게 진단키트를 개발한데다 진단 정확도와 신속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한 국내 기업은 오상헬스케어, 씨젠, SD바이오센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랩지노믹스, 원드롭, 진매트릭스, 바이오코아, 솔젠트, 티엔에스 등 10개사다. 이 중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가 2개 제품을 허가받아 제품 수 기준으로는 11개다.
최근 들어 국산 의약품의 미국·유럽 진출 성과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국내·바이오 기업 미국 FDA에서 9건의 품목 허가를 획득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3건, SK바이오팜 2건, 셀트리온 1건, 대웅제약 1건, SK케미칼 1건, 휴온스 1건이 허가를 받았다. 이로써 국내 제약 기업의 미국 FDA 허가 품목은 23개가 됐다. 유럽의약품청(EMA) 허가 품목은 총 17개로 늘었다. 국내 산업계가 적극적인 R&D 투자와 품질혁신을 바탕으로 선진국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허가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조원 이상 기술수출 사례 늘어
제약 대기업은 독자개발과 직판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총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과 유럽 시장에 판매하며 해외 시장을 개척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4월 유방암과 전이성 위암 치료제인 '온트루잔트'를 미국에 출시했다. 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렌플렉시스'와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에티코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 등의 미국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유럽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베네팔리와 임랄디, 플릭사비, 온트루잔트 등 4종을 판매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미국 출시를 본격화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허가신청(NDA)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을 독자 진행해 FDA에서 품목허가를 받았다.
기술수출을 통한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전임상이나 임상 초기에 해외 제약사에 기술 이전하는 방식이다. 신약 후보물질을 넘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약물을 원하는 부위에 전달하는 기술인 플랫폼 수출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은 8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했다. 대형제약사뿐 아니라 알테오젠, 브릿지바이오 등 바이오기업이 단일 수출 1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성과를 냈다. 올해도 상반기부터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어 기대감이 높다.
알테오젠은 지난달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꾸는 플랫폼인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를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한 곳에 최대 4조677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기술수출로는 최대 규모다. 레고켐바이오는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로 올해 2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지난 4월 차세대 항체-약물 복합(ADC) 기술을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에 4963억원 규모로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5월에는 익수다테라퓨틱스와 글로벌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는 2874억원 규모의 또 다른 기술이전계약을 맺었다.
◇K바이오 차세대 주역 후보도 속속 대기
차세대 주역들도 대기하고 있다. 임상과 인허가 과정을 마치고 상용화를 시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현지에서 임상을 승인받고 본격 임상을 시작하는 후보군들도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하반기 첫 신약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미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2년 롤론티스를 미국 파트너사인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했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10월 24일 미국 FDA에 롤론티스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여부는 올 하반기 결정된다. 지난 2011년 미국 아테넥스에 기술 이전한 항암신약 '오락솔'의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GC녹십자는 면역계 질환 치료에 쓰이는 정맥주사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 10%에 대한 FDA 허가를 올해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밝혔다.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은 신약 케이캡정의 미국 내 1상 임상시험을 승인받고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다. 케이캡정은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국산 신약 중 최단 시간 연 매출액 200억원을 돌파한 대한민국 30호 신약이다. 미국 임상 승인을 시작으로 국내를 넘어 미국까지 진출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뒤를 이을 15개 이상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준비하고 있다.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CT-P17',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등이 후속 파이프라인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