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직원 이지안은 불순한 의도로 상사 박동훈 부장의 일상을 도청한다. 박동훈이 회사에 있을 때는 물론 집에 있을 때, 회식 자리에서, 퇴근 이후 술자리에서 그의 대화를 24시간 매일 엿듣는다.
사채 빚에 시달리던 이지안은 박동훈의 대학 후배이자, 아내와 불륜관계인 회사 대표 도준영의 거액 제안에 도청 요구를 받아들인다. 박동훈을 해고하기 위한 도 대표의 계획에 말려들었다.
2018년 방영 당시 다수 직장인에게 위로가 됐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다.
지안이 몰래 동훈의 휴대폰에 심어놓은 도청장치는 뜻밖의 서사를 만든다.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것 같았던 동훈과 그의 주변 사람 대화에 위로를 받는다.
동훈의 인간됨에 매료된다. 드라마 속 지안의 대사처럼 '월 500만~600만원을 받는 사람'과 자신이 크게 다를 것 없이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 회사 상사로서 동훈의 관심과 조언이 진심이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동훈과 지안의 매개가 되는 도청은 타인의 대화나 전화 내용을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엿듣는 행위다.
기술 발전에 따라 도청 기술과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유·무선통신 기술 보편화, 스마트폰 등장으로 도청 기술은 고도화되고, 도청도 용이해졌다. 현대에는 원격으로 원하는 정보만 취사선택하는 도청 기술까지 등장했다.
개인이 도·감청을 100%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도청은 보이지 않게 개인이 알 수 없게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도·감청 기술과 장비 악용을 감시·감독하고, 도·감청을 할 수 있는 정보·수사기관을 엄격하게 법적으로 통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불법 도청은 범죄다. 우리나라 헌법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 통신 비밀을 보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통신 비밀을 보호하고 통신 자유를 신장할 목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도 제정했다. 통신·대화 비밀과 자유에 대해 제한하려면 대상을 한정,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도청하지 않아도 관심과 대화를 통해 상대를 알 수 있다. 지안이 도청을 통해 동훈을 알아가는 것과 달리 동훈은 일상에서 지안을 헤아린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대화를 통해 그를 알아간다.
삭막한 사회생활에도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응원하는 동훈과 지안 같은 동료와 친구, 지인이 주변에 있기를 바란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