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만 터진다면….”
쌍용자동차 관계자는 평택공장을 소개하면서 같은 말을 여러 번 내뱉었다. 최대 생산능력은 25만대라면서 차량 수요가 부진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막힌 상황이라며 한탄했다.
장맛비가 내리던 지난달 25일 쌍용차 평택공장을 찾았다. 흐린 하늘은 쌍용차의 현 상황을 투영한 듯했다. 일감이 부족해서인지 공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평택공장은 26만4000평 규모로 임직원 3869명의 일터다. 이들에게 현 심정을 묻자 암담함을 토로하며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김상춘 쌍용차공장협의회장은 “무조건적으로 도와달라는 게 아니고 향후 3년간 신차가 계속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더해달라는 것”이라고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공장 내에서 웃음소리를 듣긴 힘들었다. 방문한 날은 쌍용차 월급날로 식당에서는 '치킨데이'가 진행되고 있었으나 분위기는 숙연했다. 직원 간 “괜찮겠죠?”라는 인사를 건넨다는 쌍용차 관계자 설명이 와닿았다.
식당 입구에 비치된 소식지엔 “버텨야 살 수 있다” “힘 모아 반드시 비상시국 이겨내자” “증권가 쌍용차 주가 분석 안 한다” 등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생산라인에는 직원들이 절박한 표정으로 묵묵히 일하고 있었다. 최대 주주 마힌드라의 투자 계획 축소와 정부 지원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고민이 묻어났다.
생산라인 3개 중 1개는 신차 프로젝트로 멈춰선 상태다. 2개 생산라인의 가동률도 좋지 않다. 연간 생산능력은 16만8130대고 올해 목표는 78% 수준인 13만1000대다. 하지만 5월 누적 생산량은 3만1648대에 불과하다.
자동차 생산은 △프레스 △바디 △도장 △조립 등의 공정을 거쳐 이뤄졌다. 프레스로 강판을 찍으면 바디 공정에서 로봇이 용접해 차체를 제작했다. 도장 공정에서 차체에 색이 입혀지고 조립 공정에서 바퀴, 엔진, 문, 시트 등을 장착했다.
평택공장은 동아자동차 시절인 1979년 세워졌다. 쌍용차는 2014년 생산라인을 정비, 로봇을 도입했으나 오래된 공장인 만큼 노후화된 설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생산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팩토리로 전환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부품 운반을 사람이 아닌 자율주행 기반 로봇이 대신하는 타사 공장과 대비됐다.
현재 생산량 대비 임직원 수도 사실상 많다. 2라인이 공사 중이지만 이들이 다른 1·3라인으로 전환 배치된 상황이다. 회사 인건비 부담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쌍용차는 자연 감소를 촉진하고 있다. 매년 50~60명이 정년 퇴직하는 데 이보다 적은 신입사원을 뽑는 방식이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쌍용차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당장 여러 신차 개발을 추진하고 생산라인을 보강할 돈이 없다. 내년 전기차 출시 전까지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산업은행은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선 긍정적이나 쌍용차가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쌍용차 직원들이 다시 웃으며 일할 날이 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