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규제 1년, 실제 타격은 일본이 더 받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여전히 플루오린 플루오미드, 극자외선포토레지스트 등의 의존도는 높고 다른 영역의 규제 시그널이 계속되고 있어 안심할 상황은 아닙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2기'를 시작해 수세 입장에서 공세로 위치를 전환할 시점입니다.”
일본 수출규제 1년,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우리 산업계 대처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위협에 충분히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양 의원은 삼선전자 반도체사업부 임원 출신으로 민주당 코로나19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기업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했다.

양 의원은 우리 기업이 일본의 주요 수출 제재 품목에 대한 국산화에서 괄목한 성과를 이뤘지만 아직 남은 숙제도 많다고 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향후 위협이 될 수 있는 분야로 특허를 지목했다.
그는 “소부장 자립화 과정은 우리가 후발 주자라는 의미로, 기술개발 과정에서 일본의 원천 특허와 분쟁 소지가 많아질 것”이라며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분쟁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예산과 정책적 대비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후발주자 지적재산권 분쟁은 패스트팔로어 전략의 가장 큰 맹점. 결국 퍼스트 무버가 돼 원천 기술을 지식재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일본 JOLED는 우리 OLED 원천기술(OLED 패널의 회로구조 및 구동기술)에 대한 무더기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 미국 내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특허 분쟁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지만 전략이나 대비는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자금력으로 버틸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특허권 하나 얻는 비용도 부담으로 지식재산권 관리에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양 의원은 공격특허와 수비특허 등 전반적인 특허 연구 선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야 기존 소부장 산업을 보호하고, 새로 만든 기술로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부장 전쟁에서는 원천기술 특허권이 큰 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의 성공 여부도 결국 지식재산권 즉, 원천기술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양 의원은 “인공지능(AI)을 통한 사회적 돌봄 시스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교육 체계 등 코로나19로 커지는 복지 분야 요구도 과학기술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로 복지 수준을 높이는 '과학기술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부총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학기술 생태계 자체를 바꾸고 깊은 전문성과 높은 책임감에 바탕을 둔 정책을 위해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3부총리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3부총리 체제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전례가 있었다.
양 의원은 “철기시대 농업혁명, 증기기관의 등장과 산업혁명 등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인류 역사의 교훈이었다”며 “디지털 혁명시대엔 반도체 기술 패권을 쥔 나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향자 의원은…
삼성그룹 역사상 첫 여자상업고등학교 출신 임원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삼성전자에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반도체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이사라는 임원직에까지 올랐다. 21대 국회 산업경제계 출신 대표 의원으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기업TF 활동을 하는 등 산업 현장 밀착형 행보에 나서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