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가 따로 없다. 잡힐 듯하면서 좀체 잡히지 않는다. 코로나19 이야기다. 확진환자가 다시 반등했다. 세계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우한에서 첫 보고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팬데믹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4월 2일 100만명, 5월 20일 500만명, 6월 22일 900만명, 6월 28일 1011만117명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19와 사투로 허비했다. 모든 이슈를 한방에 잠재웠다. 다행히 우리는 주요 나라에서 극찬할 만큼 대응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샴페인을 조금 일찍 터뜨렸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K-방역'을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선진 방역시스템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역량을 재발견하는 계기였다. 창의적 아이디어, 우수한 ICT 역량, 뛰어난 과학기술 인력 덕분이었다. 역시 'IC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 위상은 명불허전이었다.
아쉬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존재감이다. ICT와 과학기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작 이를 전담하는 담당 부처는 보이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어디에 있지?”라는 우문이 6개월 내내 떠나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부처 무게감을 일언지하에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살짝 우회하면 윤곽이 나온다. 국민에게 물어보자.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데 ICT와 과학기술 역할이 컸다고 묻는다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를 전담하는 과기정통부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는, 과연 몇 명이나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있을까. 정량은 힘들지만 정성평가는 답이 나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었다.
존재감 논란은 결국 정책으로 귀결한다. 과기정통부 색깔과 역량을 보여 줄 대표 정책이나 역할이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여러 현안이 많았다. 대부분은 민간에서 충분히 대처 가능한 영역이었다. 따져보면 정부 차원의 이슈는 세 가지 정도였다. '원격의료, 방역시스템, 백신과 치료제'다. 모두 과기정통부 소관이다. 현안을 틀어쥐고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다. 의료계 반대와 규제로 꽁꽁 묶인 원격의료는 코로나19로 기사회생했다. 결국 청와대가 주도하고 국토부와 보건복지부가 실타래를 푸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수년 동안 시범사업을 진행했던 과기정통부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백신과 치료제도 아쉬운 대목이다. 각 부처가 바이러스, 감염병, 치료제 등으로 뿔뿔이 나눠져 진행하는 형태로 정리됐다. 국가연구개발을 주도하는 과기부는 먼 산만 바라봤다. 초기에 바이러스연구소 설립을 주도했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그나마 K-방역은 '마스크 앱'으로 체면치레는 했지만 따져보면 민간의 아이디어를 빌려와 지원해 주었을 뿐이다. 물론 과기정통부가 좀 더 나섰다면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ICT가 기반 기술로 정착된 상황에서 다른 부처를 지원하는 '플랫폼 부처'로서 역할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책이 보이지 않는 정부는 존재 의미가 없다. 기자는 기사로, 변호사는 변론으로, 정부는 정책으로 말하는 법이다. 더구나 지금은 ICT와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다. 모두가 4차산업혁명을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과기부가 없었다면 ICT 강국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었다는 해명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취재총괄 부국장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