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이 권고안대로 수립될 경우, 최대 130만개의 국내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의 사업 위축이 불가피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8일 반도체 등 5대 업종협회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회관 의원회의실에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산업계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올 2월 발표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 권고안에 대해 산업계 의견을 모아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LEDS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연계되는 국가의 중장기 비전이다. 2015년 국제연합(UN) 기후변화회의에서 맺은 파리협정에 따른 것으로 현재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17개 국가에서 발전 전략 보고서를 제출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민간 전문가 100여명이 참여한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을 운영 중이다. 포럼은 온실가스 감축수단별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205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최대 75%에서 최저 40% 감축하는 5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올 연말까지 전략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토론에서 산업계는 포럼 권고안이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현실과 기술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권고안대로 시행이 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한다”며 “국내 제조업 고용감소 유발효과는 최소 86만명에서 13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 관계자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김효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팀장은 “민간포럼 권고안에 따르면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공정가스 저감설비를 100% 설치하고, 해당설비 가동률을 100%로 유지해야 한다“며 ”저감설비는 100% 설치 가능하지만, 가동률을 100%로 유지하려면 연간 30일 정도의 유지보수 기간조차 가질 수 없다는 의미“라며 꼬집었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실장은 “디스플레이 업종을 포함한 국내 주력업종들은 이미 세계 최고의 에너지효율과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현재 감축기술 만으로 추가 감축은 어렵다”며 “산업 현실과 감축기술의 발전 속도 등 보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이 전략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업계는 감축 수단과 목표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점을 고려, 온실 가스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국내 제조업 특성을 LEDS에 반영하기 위한 공론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