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홀딩스와 제주항공이 맺은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 계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 측에 매각가보다 규모가 큰 미지급금 1700억원 해소를 요구하면서다. 이스타 측은 1700억원이 있다면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며 이행 불가능한 제주항공 요구를 비판했다.
8일 양사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 측에 15일까지 이스타항공 미지급금 1700억원 문제를 해결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제주항공은 미지급금 해소도 선행조건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가 계약해지 사유가 될 수 없는 건 맞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모두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확약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지급금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스타 측이 이런 제주항공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은 5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타 측이 이스타항공 매각가보다 규모가 큰 미지급금을 해소할 능력이 있다면 회사를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미지급금은 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3월 국내선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상조업사, 정유사 미지급금뿐 아니라 체불임금도 260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활동을 중단하면서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무급휴직마저 시행하지 않은 영향이다.
이스타 측은 미지급금 해소가 계약서에 명시된 선행조건이 아니라며 제주항공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스타 측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실사를 통해 회사의 재무상황과 월 고정비 등을 모두 파악했다”며 “3월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당시 딜 클로징 지연 시 미지급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스타 측은 모든 선행조건을 이행했기에 제주항공이 딜 클로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제주항공이 제시한 이스타 측 미이행한 선행조건은 △타이이스타항공과 이스타항공 간의 보증관계 해소 △EOD(Event of Default) 발생 방지 등도 모두 해소됐고 관련 증빙 메일이 제주항공에도 보내졌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낮다. 실무진 간 오프라인 협의는 5월 7일 이후로는 한 차례도 진행되지 않았다. 제주항공이 이스타 측이 이행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면서 사실상 M&A가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한 선행조건 이행을 이스타 측에 요구했고 15일까지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결론을 미리 예상할 순 없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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