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글로벌밸류체인(GVC) 핵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2.0' 시대를 선언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미래 시장 주도권 선점을 노린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반도체를 비롯한 미래 산업 유치에 나서 한국을 '첨단산업 세계공장'으로 각인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소부장 수출을 현재보다 두 배 늘리고,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부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부장 2.0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은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밸류체인(GVC)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이고 공세적인 범부처 정책을 망라했다.
소부장 2.0은 △글로벌 소부장 강국 도약 △첨단산업 세계공장화를 양대 축으로 삼았다. 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미-중 분쟁 재점화, 코로나19로 GVC가 요동치는 가운데 제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부장을 집중 육성해서 미래 성장을 도모한다.
문 대통령은 전략 발표에 앞서 SK하이닉스 분석측정센터를 비롯해 포토레지스트 및 불화수소 협력 공정 등 국내 소부장 기업들과의 협업 인프라를 살펴보고 연구개발(R&D) 실무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 소부장 강국으로 도약해 갈 것”이라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해 가는 것이 (일본과 다른) 한국의 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 규제 대응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발휘한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소부장과 첨단산업 성장이 경제 위기 극복이고, 산업 안보이며, 혁신 성장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GVC 관리 품목을 기존 대일 100개 품목에서 글로벌 338개+α로 확대했다. 산업 안보와 차세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첨단형(158개)·범용형(180개)·신산업(α개) 부문에서 각각 선정했다.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오는 2022년까지 100대 소부장 핵심 전략 기술 R&D에 5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반도체·바이오·미래차 등 '빅3' 산업에는 내년에 약 2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국내 소부장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한 100개 '으뜸기업'도 육성한다. 핵심 전략 기술 분야에 잠재력을 갖춘 기업에 연 50억원 규모의 전용 R&D 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R&D 전략과 투자 방향을 구체화해서 다음 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소부장 R&D 고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글로벌 소부장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첨단산업 세계공장화' 현실화를 위해 유턴기업을 포함한 100여개 핵심 기업 유치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빅3 산업과 첨단 소부장 분야 중심으로 유치 전략을 설계, 세계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R&D 우대 등 인센티브 혜택을 늘리고 규제 특례, 공동 인프라 구축 등 맞춤형 패키지 지원에 힘을 쏟는다.
유턴기업에 특화된 지원책도 마련한다. 정부는 해외 진출 비중이 높고 필수 분야에서 유턴기업을 전략 공략해 집중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유턴기업의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스마트화 및 로봇 패키지에 7억원 이상을 지원한다는 '당근책'도 제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오는 2030년 국내 소부장 산업 수출이 현재 3409억달러에서 6202억달러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선진국 대비 기술 수준은 90%(현재 80.6%)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제조업 자급률은 72.3%에서 80%로 높아질 것이 전망된다.
성 장관은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지난 1년 동안 소부장 산업이 '펠리컨(자립화) 경제'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면서 “소부장 강국과 첨단 산업의 세계공장으로 우뚝 서기 위한 출발점인 소부장 2.0 전략을 강력한 실천 의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