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IP의존 나비효과... 더 거세지는 황사바람

[이슈분석]IP의존 나비효과... 더 거세지는 황사바람

국산 흥행작과 중국 내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중국 황사바람이 다시 거세진다. 유력 IP 고갈과 통제에 퍼블리싱할 국산 게임이 없어 중국산 게임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P 중심 시장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중국 게임 한국 시장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 신작 개발이 IP에 지나치게 집중돼 퍼블리싱 할 게임 찾기가 어려워진 게 가장 큰 이유다. 반면에 중국 게임이 한국 이용자 성향과 비슷하고 중국 서비스를 통해 흥행과 게임 경쟁력이 이미 검증돼 소싱 업체는 선호한다. 중국 게임을 국내에 들여올 때 계약 후 현지화를 거쳐 출시에 걸리는 기간은 짧게 3개월이면 충분하다. 직접 게임을 개발하는 것보다 빠르고 싸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국산 신작 발굴이 어려워시선이 중국으로 자연스레 향한 셈이다.

어디서 본 듯한 게임인 것 같고, 광고에서 지식재산권을 도용하는 사례도 있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만큼은 '새 것' 이다. 신선함에서 앞선다. 'AFK 아레나' '기적의 검' '라이즈 오브 킹덤즈'는 수많은 비난에도 국내 매출 최상위권에 올랐다. 이용자를 붙잡아두는 힘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수많은 개발 시도 끝에 IP 없이도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을 터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창유, 미호요, 이유게임즈, 즈룽게임, 체이스 온라인 컴퍼니, 비리비리, 롤링게임즈, HRG 테크놀로지, 라인콩 등이 한국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한 퍼블리셔 관계자는 “발굴할 만한 게임이 없는 게 아니라 게임이 아예 없다”면서 “IP홀더가 IP를 자체 소화하는 경향이 강해진 탓에 중국 시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임 발굴이 더딘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국내 게임업체 수가 줄었다. 게임 생태계 허리인 중견 기업이 어려워지고 중소 게임사가 사라지면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게임 제작 및 배급업체 업체당 평균 종사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57.8명으로 전년도(2016년)의 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 38.1명 대비 약 19.7명 증가했다. 전체 종사자 수가 증가한 반면 대형업체 위주로 인수·합병 등이 이뤄지면서 전체 게임 업체 수가 감소하자 종사자들이 불가피하게 한 곳으로 이동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중견·중소 업체가 쉽게 개발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다. MMORPG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들어간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이 미래를 담보로 도전하기 쉽지 않아 선뜻 개발에 나서기 어려운 장르다. 그나마도 입힐 IP를 찾지 못하니 도전은 언감생심이다.

창업과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것도 새로운 게임 수급 어려움을 불러들인 요인이다. 게임 산업은 흥행 산업이다. 불확실성이 크다. 과거만큼 기회도 많지 않아 벤처캐피털 등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국산 게임 개발이 줄면서 게임 퍼블리셔는 중국산 게임 수입을 늘리고 국산 게임 개발은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 양극화 시대, 도산 위기에 몰린 개발사는 중국 기업에 좋은 먹잇감이 되거나 중국 게임을 수입해 유통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IP를 입히지 못하면 모객 비용이 IP 로열티보다 훨씬 비싸진 상황”이라며 “양극화된 환경에서 적극적이고 다양한 개발을 기대하는 건 어렵다”고 비관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