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사 등 신선한 소재 발굴 시도 이어져

김태곤 엔드림 개발본부장은 90년대부터 한국사를 게임 소재로 활용해 족적을 남겼다 (사진=전자신문DB 2009년 1월28일)
김태곤 엔드림 개발본부장은 90년대부터 한국사를 게임 소재로 활용해 족적을 남겼다 (사진=전자신문DB 2009년 1월28일)

한국사에서 신선한 소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인디게임계에서 시도된다. 한국사는 많은 이에게 친숙하며, 나아가 호감을 주는 IP 본질과도 맥이 닿아 있다. 우리 역사 속 시대 배경과 사건, 그 속에서 움직이는 다양한 인물들 그 자체를 하나의 IP로 본다. 홍보와 마케팅을 고민하는 게임 제작자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폴란드, 영국, 프랑스는 자국 역사를 소재로 게임을 제작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혜택을 통해 역사 IP 가치를 높이려고 시도한다.

한국사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 전통 문화 콘텐츠에서 오랫동안 대중 사랑을 받아 온 소재다. 영상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에서까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영상 콘텐츠 창작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극화된 재미와 역사 고증이라는 양면 속에서 대중이 환호하는 황금률을 찾아냈다. 이를 발전시켜 전통 사극 플롯에 서양 주류 문화 코드인 좀비를 접목,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반면에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간간이 나오던 역사 소재 게임은 최근 들어 거의 명맥이 끊겼다. 역사를 다방면으로 재해석해 게임으로 만드는 유럽이나 일본 등에 비하면 아쉬운 상황이다.

PC 패키지 시장 전성기, '충무공전' '임진록' '천년의 신화'를 비롯해 '바람의 나라' '거상' '군주 온라인' 등이 한국사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모바일 게임시대로 넘어와 '광개토태왕' 등이 출시됐다.

한국사 게임 출시가 사라지다시피 한 이유는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다. 한국사가 세계적 상업 인지도를 가질 만한 파급력이 부족한 탓이다. 거대 게임사가 개발과 사업비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쉽게 움직이기 쉽지 않다.

최근 인디게임 업계를 중심으로 시도되는 한국사 소재 게임은 위와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게임 산업과 우리 사회가 처한 시대정신의 필요성을 곱씹는 동시에 현시대를 관통하는 시대 의식을 짚는다. 이미 다른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입증한 경쟁력에 게임 특유의 양방향 이용자 경험을 녹인다.

현재 위안부를 다룬 '웬즈데이', 연해주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맺음:페치카' 그리고 4·3 제주 사건에 기반을 둔 '언폴디드' 등이 기대 속에 개발 중이다.

소규모 개발사가 갖는 태생적 한계로 파급력과 개발력이 약하다는 약점이 일부 있으나 게임인재단이나 역사연구 단체 등이 자문, 지원을 하면서 기대감을 높인다. 역사 자료 신뢰성을 확보하고 활용 가능 자료 구분을 쉽게 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김문성 개발자는 “게임은 신선함과 익숙함 사이 그 어딘가의 접점을 찾아 재미를 전달해야 한다”며 “더 즐거운 콘텐츠, 더 나은 사회적 의미,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한 관점에서 한국사는 보물 창고”라고 말했다.

역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한국사 대중화' 키워드로 하는 다양한 연구 활동이 펼쳐진다. 한국사에 관심이 높아진 상황과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게임의 부정적 인식을 해결하고, 게임이 단순히 노는 문화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한다.

교육 측면에서도 한국사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토탈워' '삼국지' '신장의 야망' '어쌔신크리드' 같은 게임은 국내에서도 흥행하며 해당 시대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역사는 우리 상상력을 기반으로 창조할 좋은 요소가 많다”며 “대중이 좋아하는 한국사 요소를 과감히 끌어들이면 게임 이용자층 연령대도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