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린 뉴딜과 에너지산업 유연성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코로나19 이후 기후위기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린 뉴딜 정책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똑똑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돼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의 사항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합리화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먼저 그린 뉴딜 정책은 정책 실현에서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에너지와 환경, 정책입안자와 사업자, 사업 참여 시민과 비참여 일반인,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생각 및 이해를 반영한 정교한 정책·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그 가운데 에너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 고려돼야 할 명제다.

다음으로 그린 뉴딜 사업에는 단기성 공공 재원을 포함한 공공 부문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장기로는 민간의 적극 참여 없이는 일자리 창출도, 기후위기 대응도 어렵다고 할 수 있 있다. 이에 따라 공공 재원 선제 투자와 함께 정책제도 혁신과 시장 환경 대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여기에는 에너지 산업 구조와 세제, 요금제를 포함하는 에너지 부문의 근본 혁신 방안을 포함해야 하며, 시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담하고 정교한 정책제도 개발이 필수다. 혁신 기술이 돈을 벌 수 있는 안정된 정책 제도와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일자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우리에게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린 뉴딜 세부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개발 중심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화된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생산 기술 및 가격 등에서 이미 후발 주자와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히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국내 기업의 차별화 전략을 수립,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좋은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그린 뉴딜 사업에는 친환경 전원과 분산 전원의 계통 접속 효과 및 연계를 용이하게 하고 생산과 소비를 지역별 경제성 높은 방식으로 자립하게 한다. 동시에 지역과 지역이 유기체로 연계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 유연화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해 분산전원 확산 및 프로슈머 등장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높은 변동성·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복잡성에 대처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향후 전력 시장과 제도 혁신, 전력망 투자와 효율 운영, 에너지 저장과 환경, 수소와 워터그리드 연계 등 에너지 부문은 물론 이종 산업 간 융합과 와해 성격의 혁신이 필요하다. 거래와 시장 개념이 한층 강화되고 산업 간 경계를 허물어 기존의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또는 슈퍼그리드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의 그린 뉴딜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에너지소비 효율화 혁신 사업에 대한 전폭 투자가 동행돼야 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에너지 전환 및 그린 뉴딜에 부응, 재생에너지 및 프로슈머에 의해 생산된 전력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과 제도 개발을 목표로 특화된 에너지 석·박사급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플렉스(FLEX) 에너지 융합대학원을 설립했다. 전력과 전기전자, 수소저장과 환경 분야 전임교원 중심으로 FLEX 에너지 융합대학원을 설립해 재생에너지와 분산전원, 전기자동차와 프로슈머 확대에 따른 에너지 생산 및 소비의 통합 유연성을 연구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술과 정책, 경제경영을 융합한 고급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18년 보고서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통해 오는 2050년까지 신재생 비중 증가로 에너지 유연성 관련 분야에서 전 세계에 1180만~161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향후 국내 그린 뉴딜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장 기반의 혁신 기술 중심으로 에너지 생산·전달·소비 등 전 과정에서 진행돼야 한다. 혁신정책을 통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야 하며, 시장제도 개발로 안정된 일자리 창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재생에너지 설비투자 방식에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며, 국내 기술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에너지 유연성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jeikim@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