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 게임의 구작 지식재산권(IP)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플레이 매출 기준 한국 게임사가 개발·유통하는 상위 50개 게임 가운데 신규 IP 게임은 10종에 불과했다. 출시 1년 내 게임으로 범위를 좁히면 5개로 줄어든다. 올해 주요 게임사의 신작 가운데 신규 IP는 '카운터 사이드' 정도다. 반면에 국외 게임은 상위 20개 게임 가운데 17개가 신규 IP 게임이다.
흥행 가능성이 엿보이는 IP 수는 더 적다. 2015년부터 IP 활용 모바일 게임 출시가 이뤄진 데다 최근 IP 홀더가 'IP 몸값 지키기' 전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구작 IP 활용은 과거 흥행작을 현대 감각으로 재탄생시켜서 흥행 실패 확률을 줄이는 전략이다. 매출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신규 IP보다 주목도가 높아 게임 알리기에 유리하다.
흔히 고객생애가치(LTV)가 높은 게임은 이용자유입비용(UAC)이 높다. LTV는 이용자 한 명이 게임 이용을 중단할 때까지 지출하는 평균 금액이다. 치솟은 UAC를 감당하는 것보다 유력 IP 로열티를 내는 게 더 효과가 있다. 영업이익률이 낮아도 기업에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결국 미래 동력원이 될 신규 IP보다는 기존 IP 스핀오프 작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 IP는 투자 비용과 시간에 비해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듀랑고' '트라하'는 게임 자체로 극찬을 받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두 게임 모두 신규 IP를 알리기 위해 대중 인지도가 높은 미디어를 활용한 캠페인에 벌였지만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신규 IP 흥행작은 'V4' '에픽 세븐' '로스트아크' 정도로 손에 꼽힌다.
IP를 활용한 게임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주요 게임사가 출시한 게임 가운데 'A3:스틸얼라이브'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처럼 성과를 거두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IP도 속출하고 있다. IP 전문 업체는 IP 자체 가치를 올리는 방법을 택한다. 시중에 풀리는 IP가 갈수록 줄어든다. 이는 전체 출시 게임 수 하락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캐릭터와 게임 소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게임에 지겨움을 느끼는 상황이다. IP 게임 흥행으로 업계는 게임 자체보다 마케팅과 운영에 집중, 유력 IP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더뎌진 차세대 IP 개발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