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표준물질'로 진단키트 오류 줄인다

표준과학연구원, 세계 두 번째 유전자 표준물질 개발
바이러스 존재 유무뿐 아니라 개수까지 정확히 추정
中 표준물질 보다 유전자 정보 多…변이에 신속 대응

우리 연구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개발했다. 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앞으로 바이러스 양성 판정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원장 박현민)은 신종바이러스(CEVI)연구단(단장 김범태)과 함께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 효율과 신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유전자 표준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세일 책임연구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제조하고 있다.
김세일 책임연구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제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RT-PCR)로 진단하는데, 이는 진단시약 내 '프라이머'라는 물질이 코로나19에만 나타나는 특이 DNA 부위에 달라붙어 증폭시키는 방식이다. 증폭 과정을 얼마나 거쳤는지를 따져 양성과 음성을 판정한다.

문제는 진단키트마다 기준값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표준물질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흔히 '답안지가 주어진 문제'에 비유되는데, 표준물질(문제)과 정확한 측정결과(답안지)가 주어진다면 업체는 정확성을 개선할 수 있다.

연구팀은 역전사 디지털 중합효소 연쇄반응(RT-dPCR)을 이용, 코로나19 바이러스 표준물질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방법은 검체 내 바이러스의 존재 유무뿐만 아니라 개수까지 정확히 추정할 수 있다.

개발 표준물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진 전체 유전체의 약 90%를 포함하고 있다. 약 10%를 포함한 중국 표준물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양의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표준연 연구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일 책임연구원, 유희민 선임연구원,배영경 책임연구원, 이다혜 선임연구원.
표준연 연구팀.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일 책임연구원, 유희민 선임연구원,배영경 책임연구원, 이다혜 선임연구원.

국내에서 사용 중인 코로나19 진단키트에 곧바로 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수출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국산 진단키트의 신뢰성과 정확도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세일 미생물분석표준팀 책임연구원은 “CEVI 연구단과의 협업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및 유전체 확보가 가능했다”며 “코로나19와 더욱 유사한 바이러스 입자 형태의 표준물질 개발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RISS 박현민 원장은 “이번 성과는 올해 팀 단위 중심의 조직개편 이후 두 팀의 전문성이 만나 이뤄낸 첫 가시적 성과”라며 “앞으로도 국가 현안 대응 및 국민체감형 연구성과 창출에 노력하고, 국가기술표준원과 협력해 항원〃항체 표준물질 개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