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베스트바이서 55·65인치 TV 품절…'코로나 보복 소비'로 TV 시장 부활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LG전자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베스트바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LG전자 올레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미국 최대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55인치, 65인치 TV 일부 모델이 품절 사태가 빚어졌다.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형 유통에서 TV가 품절된 것은 이례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소비 심리가 미국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맞물려 '보복소비' 형태로 살아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V 수요 상승이 패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등 TV 시장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TV 판매량이 급증, 일부 제품이 대형 유통 베스트바이에서 품절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보급형 액정표시장치(LCD) TV 1~2종이 '품절'됐고, 이후 다른 제품으로 구매가 이어지면서 품절 모델이 10여개로 늘었다. 품절 제품 가운데에는 삼성전자 QLED TV, LG전자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제품도 포함됐다. 미국 소비자들이 주로 구매한 제품은 55인치와 65인치 TV인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품절 사태에 대응해 신속히 추가 제품 공급에 나섰고, 현재는 품절 사태가 전부 해소됐다.

대형 유통 채널에서 TV 품절 사태가 빚어진 것은 예상보다 많은 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베스트바이는 5월 말부터 일부 매장을 오픈하기 시작했고, 6월에야 전 매장을 열면서 본격 판매에 나섰다. 베스트바이는 올 상반기 TV 수요가 부진했기 때문에 재고를 평소보다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긴급 재난지원금(4인 가구 기준 3400달러)을 지급하자 소비 심리가 빠르게 살아났고, 품절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북미에서 TV 완판은 과거 블랙프라이데이 초특가 상품을 제외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라면서 “4월 중순부터 지급된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TV, 가전 중심의 구매로 집중되면서 4월 수요 절벽이 6월부터 보복성 소비로 직결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시장 미국에서 TV 수요가 살아나면서 부진세를 보이던 TV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를 비롯한 TV 제조사들의 북미 출하량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분기 북미 TV 출하량이 931만대로 전년 동기 923만대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북미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78만대나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반등이다.

시장이 살아나면서 패널 재고를 축적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패널 가격도 이례로 상승하며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7월 들어 55인치 TV 패널 가격이 8~10% 상승했고, 43·50·65인치도 6~8%나 올랐다. 가격 급등은 TV 제조사들이 수요 급증에 대비해 패널 재고를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하반기에 미국 독립기념일 세일을 시작으로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연말, 중국 광군제 등 대형 세일 이벤트가 이어지는 것도 TV 시장 부활을 점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이 경제 재개에 힘쓰면서 소비 심리가 함께 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코로나19로 침체된 TV 시장도 2분기 말부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