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처음으로 새 배터리 교체 없이 주행거리(누적) 30만㎞를 넘긴 다수의 전기버스가 나왔다.
국산 배터리를 달고 최대 5년째 노선버스로 운행하고 있는 이들 버스는 지금까지 알려진 배터리 수명보다 1.5배 더 달리고도 성능이 양호했다. 특히 버스 운행에 따른 경제성은 일반 내연기관 버스보다 약 36% 높았다.
이번 사례가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잔존 가치 향상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명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긍정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제주 서귀포시 운수업체 동서교통(대표 김법민)에 따르면 2016년 5월과 2018년 8월부터 도입해 운행하고 있는 전기버스 59대 가운데 30대의 주행거리가 30만㎞를 돌파했다. 나머지 차량 대부분도 29만㎞ 안팎이어서 올해 안에 30만㎞ 돌파가 예상된다.
본지가 지난달 보도한 승용 전기차 한국지엠의 볼트(Bolt)와 달리 주행거리 30만㎞를 넘긴 대규모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회사가 보유한 59대 전기버스 가운데 36대는 2018년에 도입한 배터리(용량 163㎾h) 탑재형 일반 전기차, 나머지 23대는 차량당 1.2배의 배터리(102㎾h)를 별도로 운영하는 배터리 자동 교환형 차량이다.
이달 14일 기준 일반 전기버스 누적 주행거리는 34만8275㎞, 34만8394㎞, 35만9087㎞, 36만103㎞, 36만1106㎞ 등이다. 배터리 교환형 버스는 31만218㎞, 30만9436㎞, 30만8661㎞, 30만7697㎞, 30만6941㎞ 등이다.
이들 차량에 장착된 배터리 용량은 102㎾h·156㎾h로 요즘 나온 전기버스(200㎾h급)와 비교하면 크게 적다. 이 때문에 주로 서귀포시 중문동과 남원읍을 왕복하며 하루 평균 320㎞를 주행한다. 약 70~80㎞ 주행에 한 번 충전한다. 이들 차량은 현재까지 4500~5000번의 충·방전을 반복한 셈이다. 이는 업계가 보증하는 3000번보다 1.5배 많은 충·방전 횟수다.
회사 측에 따르면 차량 운행에 따른 경제성이 무엇보다 뛰어나다. 기존 내연기관 버스는 매월 300㎞ 운행 시 연간 4018만원(경유 ℓ당 1042원 기준)이 들지만 전기버스는 2800만원(㎾h당 235원 적용)으로 내연기관 버스의 60% 수준이다.
여기에 회사 측이 밝힌 연간 차량당 고정비는 엔진 및 미션오일, 각종 필터 등 부품 교체비 등으로 연간 1000만~1200만원이 든다. 10년을 운행했을 경우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반면 전기버스는 내연기관 부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부품 교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10년 운행을 고려할 때 1회 배터리 시스템을 교환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5000만원(163㎾h 기준, ㎾h당 30만원) 수준이다. 결국 버스 운행 수명인 10년을 기준으로 내연기관 버스는 연료비와 각종 부품 교체비용에 5억~5억2000만원, 전기버스는 3억3000만원이 각각 들어가는 구조다.
동서교통은 2016년 이래 노선용 내연기관 버스를 전기버스로 가장 많이 교체한 운수업체다. 59대 모두 에디슨모터스(옛 한국화이바)가 제작한 버스다. 이들 차량은 모두 LG화학 배터리를 채용했다. 래미네이션 앤드 스태킹 공법을 적용한 이 배터리는 기존 와인딩 방식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이 없어 장수명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배터리팩 온도 관리와 꾸준한 배터리 충·방전 상태 관리 등을 비롯해 일정한 주행 패턴이 장수명 운행에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서교통 관계자는 “5년 된 차량이다 보니 배터리 용량이 요즘 차량보다 작지만 노선용 전기버스는 규칙 운행하고 수시로 관리 체크를 하기 때문에 장시간 운행이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현재 차량 대부분의 배터리 성능이 크게 변함이 없어 40만㎞ 주행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가 도입된 지 6~7년 정도여서 아직까지 주행거리 한계치를 경험한 사례는 없다. 이 가운데 누적 주행거리 30만㎞를 넘긴 다수의 차량이 나오면서 앞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감가상각 등 잔존 가치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 소비자들의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수명 불안도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