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상한 기업은 업계 안팎에서 이른바 '박영선 표' 상생 브랜드라는 평이 따라 붙는다. 동반성장지수 평가 우대 등 여러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 말 그대로 대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상생협력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자상한 기업이 상생을 넘어 대기업과 협력 단체, 스타트업 등과의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대기업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날 자상한기업 1주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자상한 기업 역시 점차 협력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자상한 기업 2호인 포스코의 경우 앞서 벤처펀드 결성을 통해 벤처·스타트업의 투자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팁스타운을 개관했다. 중기부가 역삼로 일대에 조성하는 팁스타운 가운데 첫 번째 민관 협력 사례다.
현대·기아차 역시 협력사의 신규투자 시 친환경차 전용부품 입찰 기회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사업전환 지원 강화, 자동차 부품 관련 연구개발(R&D) 지원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가장 최근 자상한 기업에 이름을 올린 SKC는 기술거래신탁에 첫 대기업으로 참여하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기술거래 활성화를 지원한다.
이처럼 대기업이 자상한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주된 이유는 소상공인, 협력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과 상생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동시에 기업 외부에서 새로운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포스코와 현대·기아차, SKC 등은 이미 내부적으로 자상한 기업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된 한 대기업 관계자는 “더 이상 대기업도 내부에서 성장 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만큼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 등 외부와 협업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면서 “대기업 입장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위한 목적을 넘어 실질적으로 본 사업에 도움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측면에서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중기부 내부에서도 이러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시도를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최근 중기부는 창업 분야에서도 단순 기업 단위 지원보다는 국내외 대기업과의 협업과 공급망 연결 등의 관점에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구글과 협력하는 '창구 프로그램' 등이 대표 사례다.
다만 제도화에 따른 경직성은 중기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섣불리 제도화에 나설 경우 지금처럼 대기업 스스로에게 적합한 상생 방안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협력 중소기업 간의 연결은 시종 박 장관도 강조해 온 정책 방향”이라면서 “대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폭넓게 검토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