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동산 정책, 누구를 향한 칼날인가

고위 공직자들의 앞뒤 따지지 않는 '1주택자'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년 동안 살아온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자녀에겐 고향과도 같은 곳, 공직을 마무리하면 돌아가겠다고 마음먹은 곳을 '멍에를 내려놓는다'면서 매각한다고 했다. 지난 2017년 말 세종 분양권을 보유한 바람에 1주택자가 못 돼 마음이 무거웠다고 털어놨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지분을 매각하고도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어서 서류상 등기 이전이 되지 않아 실거주하고 있는 광주 서구의 아파트를 내놓기로 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충북 청주 아파트에 이어 뭇매를 맞은 서울 서초구 반포지구 아파트까지 매각하겠다고 밝힌 후 일이다.

과연 이러한 일이 공직자의 책임감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실제 거주하거나 업무 때문에 잠시 비워 둔 오래된 집까지 매각하면 모범이 될까. 그렇다면 국민도 상황 따지지 말고 무조건 집을 내놓는 것이 이 정부가 진정 바라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들 사례가 '투기'가 아닌 것은 누구보다 본인들이 잘 알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2018년 경기 연천군 단독주택을 정리하면서 같은 상황을 겪었다. 그런데도 그동안 국민에게는 이런저런 상황을 따지지 않고 투기로 몰아붙였다.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오히려 모두 '싸잡아' 문제 삼는 것이 부작용을 낳고 집에 대한 수요만 증대시켜 결국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5000만 국민에게는 갖가지 사정이 있을 수 있다. A씨는 노모가 전셋집을 전전하는 것이 안타까워 본인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느라 2주택자가 됐다. B씨는 대출을 받아 어렵사리 작은 집을 마련했지만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함께 지내게 된 어머니가 머물 방이 없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넓은 집으로 잠시 이사하려다 보니 졸지에 갭투자를 노리는 투기꾼이 됐다.

C씨는 서울에 관악구에 집을 샀으나 인천 발령이 나 전세자금대출을 받고자 했으나, 서울 집을 팔아야만 가능했다.

7·10 대책으로 서민을 위한 대책은 다소 보완했지만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투기 또는 투자가 될 모든 가능성을 틀어막아 집값을 잡겠다는 기존 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

정책을 세울 때는 파장과 부작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맞춤형 정책이 안 된다면 이를 위한 보완책이라도 동원해야 한다. 투기꾼만을 겨냥해야 할 칼날이 일반 국민을 향해 있는데 정책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기자수첩]부동산 정책, 누구를 향한 칼날인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