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국에서 방영된 '고인돌 가족'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 석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 드라마인데, 가족 구성원과 생활은 현대와 비슷하지만 엔진과 고무바퀴 대신 돌로 만든 바퀴가 달린 차에 사람이 발을 굴러서 이동한다든지 돌로 된 신문(석판)을 본다든지 사용하는 물건의 재료가 다르다.
인류의 역사는 바로 이 석기 시대에서 출발해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를 지나 근대에 이르러 철과 다른 재료를 섞어 강도와 내구성을 더욱 높인 강철을 사용하는 강철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1930년대 듀폰은 폴리아마이드에서 실크처럼 부드러운 실을 뽑았는데 이것은 당시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 또는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실'이라고 불렸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일론'이라는 합성섬유다. 그 후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지금 플라스틱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은 '조형 또는 가공이 가능한'의 의미를 지닌 희랍어인 'plastikos'에서 유래됐는데, 잘 휘어지면서도 튼튼한 성질을 지닌 석유로부터 합성된 고분자 화합물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표적인 플라스틱 용품은 현재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비닐봉지, 패트병,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같은 패키징 제품일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잘 망가지지 않으며 보관과 운반이 용이하고 무엇보다도 값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의 장점은 사용의 편리함이나 가격 경쟁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 건축에 사용되는 목재 대신 폴리염화비닐(PVC)와 같은 합성수지를 사용함으로써 천연자원을 보전하고, 자동차의 금속 부품을 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대체함으로써 광물자원을 절감하거나, 동물의 가죽이나 양모 대신 합성섬유를 사용함으로써 동물을 보호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신의 선물'이라고 불렸던 플라스틱이 지금 '플라스틱 대란'을 부른 이유는 뭘까? 그것은 20세기 후반 석유화학공업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급격하게 증가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에 있다. 1950년대 연간 200만 톤이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7년 4억700만 톤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최근 10년 동안 생산된 플라스틱의 양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에 이를 정도다.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은 사용 후 일부만이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폐기되는데 폐기된 플라스틱은 거의 매립이나 투기에 의해 환경에 유입돼 새로운 환경오염 원인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비스페놀 A'와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폐플라스틱에서 나와 환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자연에서 풍화와 자외선에 의해 작게 쪼개져 생긴 수많은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낳은 또 다른 환경오염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유래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다양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의 사용 제한, 폐플라스틱의 재활용 및 재순환, 생분해성 플라스틱 또는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과 사용 증가, 그리고 미세플라스틱 저감기술 개발 등이 바로 그 예다. 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다양한 기술도 개발 중인데,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곰팡이, 박테리아, 미세조류 등 자연친화적인 생물학적 분해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는 플라스틱 유래 문제해결을 위한 바이오, 화학, 기계, 환경, 정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모임인 융합연구클러스터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 석기시대로 돌아가 살 수 없듯이 현재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플라스틱과 어떻게 살아야할까? 플라스틱을 편리하게 사용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플라스틱으로부터 유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을 찾겠지만 그와 더불어 사회·문화·정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가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하기' 등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플라스틱과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진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환경질환연구센터 책임연구원 jyjeong@kribb.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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