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 선점을 위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경제로 전환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EU는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청정수소 확보를 위한 정책을 강화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청정수소를 확보하고 있다.
◇美·日·中·EU, 수소경제 전환 속도
미국과 일본, EU, 중국 등 주요국은 일찌감치 수소경제 전환 정책을 만들었다. 수소충전소 보급을 바탕으로 국제 수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정부는 18년 전인 2002년 '미국 2030년 및 그 이후의 수소경제 전환에 대한 국가비전'을 발표하고, 수소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수소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요소를 7가지로 분류하고 각 요소들에 대한 구체적 목표를 명기한 '국가 수소에너지 로드맵'을 공개했다. 로드맵은 수소를 △생산 △운송 △저장 △전환 △이용 △교육 △표준화로 나눠 각각 세부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료전지 사업 관련 민관 합동기구인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수소충전소 1000기, 수소전기차 100만대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일본 정부도 2014년 '수소·연료전지 전략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전환을 공식화했다. 각 지자체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모색을 위해 협의회 등을 설립하고 제도 방향성을 다질 수 있게 정책을 마련했다.
일본은 로드맵에서 2030년까지 국제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국내 재생 에너지·수소 제조 기술을 확립한다는 계획을 담았다. 2014년 당시 200톤(t)에 불과한 수소를 2030년까지 상용 공급망 규모인 30만t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수소 1000만t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수소 가격은 킬로와트시(㎾h) 당 17엔까지 줄인다. 수소충전소는 2030년까지 900개, 연료전지차(FCV) 80만대, 연료전지(FC)버스 1200대, 지게차 1만대 등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은 수소전기차 보급을 중점으로 수소경제 기초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2016년 '수소전기차 보급 계획'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대규모 승용차와 상업 차량을 중심으로 연료전지차 100만대를 공급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량을 10만기 이상 구축한다.
구체적으로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에 견줄만한 연료전지차를 제조한다. 최고속력 시간당 180㎞ 이상에 30만㎞를 탈 수 있는 승용차를 18만위안(약 3000만원) 이하 가격으로 구성한다. 상업용 차량 가격도 60만위안(약 1억원) 이하로 줄인다. 또 수명 8000시간 이상을 갖춘 '연료전지스택', 연료전지와 수소 공급 시스템 핵심 소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 수소충전소도 1000기 이상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06년에 유럽 수소 및 연료전지 기술 플랫폼(HTP)을 발족하고 2007년에 내놓은 새로운 에너지 정책에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했다. 전반적 기술 전략이 포함된 기술 로드맵을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로드맵은 △수소전기차 및 수소충전소 △지속가능한 수소 생산 및 공급 △전력생산 및 열병합발전(CHP)을 위한 연료전지 △초기 시장을 위한 연료전지로 구분해 네 가지 분야로 구분된 기술 현주소와 2015년까지 10년간 단기 기술개발전략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했다.
◇수소충전소 구축 앞선 美·日·獨…청정수소 생산 공급망 확보도 진격
세계 주요국은 수소경제로 전환을 모색하면서 각기 다른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은 수소충전소를 앞서서 구축하고 있고, EU와 독일은 청정수소 글로벌 생산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 독일 연구기관 루트비히뵐코브시스템테크니크(LBST)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세계 수소충전소는 총 455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일본 131개소, 독일 84개소, 미국 66개소, 우리나라 40개소, 중국 33개소, 프랑스 26개소, 영국 15개소 순이다. 국가별로 밀집한 EU를 종합해서 보면 173개소에 이른다.
유럽을 중심으로 '청정수소'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지난달 연방내각회의에서 '국가수소전략(National Hydrogen Strategy)'을 채택하고, 2040년까지 총 10기가와트(GW) 규모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은 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그린수소 생산시설 5GW를 확보하고 2035년에서 2040년 5GW를 증축한다. 수소 생산 기술 확보를 위해 내수 시장을 구축하면서 향후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수소를 수입한다.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 한계를 감안해 해외에 수소생산기지를 건설해 수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모로코 등 독일 국내 생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프리카 국가에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수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잠재적으로는 북해·발틱해 인근 EU 회원국과 개발도상국이 독일에 수소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EU에서도 청정수소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을 최근 수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8일 '수소 전략(Hydrogen Strategy)'을 발표하고, 청정수소 확대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최소 6GW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시설을 설치해 최대 100만t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수반하지 않는 청정수소로 기후변화 대응에 탁월하다. 2025년에서 2030년까지는 최소 40GW 재생에너지 기반 수전해 시설을 설치, 최대 1000만t 그린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탈탄소화가 어려운 모든 분야에 그린수소를 대규모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또 이 같은 방안을 위해 연내 '유럽 청정 수소 동맹(European Clean Hydrogen Alliance)'에서 수소 생산·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 계획도 마련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일환으로 내년까지 청정수소 투자도 지원한다.
최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간헐성을 보완할 대체재로 청정수소가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수소에너지는 전기를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면서 “EU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사우디 등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청정수소를 생산하려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산업통상자원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