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이 아닌 경제 회복을 앞당길 생산적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하라”고 청와대 참모진에게 지시했다. 펀드를 조성해 한국판 뉴딜사업으로 시중의 막대한 유동자금을 모으는 한편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에 대해서도 조속히 결론을 내 혁신 벤처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 부문이 아니라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 국가는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기침체 돌파를 위해 초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시중에 유동자금이 3000조원을 넘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수보회의에 앞서 정세균 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제안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과 정 총리는 △주택용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 최대한 발굴·확보 △미래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 미해제 및 계속 보존 △국가 소유의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논의) 등을 협의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닌 한국판 뉴딜을 비롯한 혁신 성장 투자에 유동자금이 흘러가도록 정부가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풍부한 유동성이 기업 투자와 가계 수입 창출에 기여하도록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국내 지역감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명에서 20명대로 안정적으로 관리돼 정착되는 지금이 투자 활력을 높이는 적기”라며 금융과 민간 자금이 참여하는 한국판 뉴딜 펀드 조성 검토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간판 사업은 특별히 민간 파급력이 큰 사업에 주목해 선정됐다”며 “금융과 민간에 매력적 투자처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협력해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리쇼어링(국내 기업 복귀) △첨단 기업 유치를 위한 투자 활력에 속도를 내 줄 것을 요구했다. 유동자금이 벤처·스타트업에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부터 1조원 이상으로 출발해 2025년까지 6조원으로 조성하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출범 매우 중요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CVC에 대해서도 조속히 결론을 내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이 큰 벤처기업에 시중의 유동성이 유입되는 환경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보다 앞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 후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제한적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유동자금이 비생산적인 곳 아닌 우리 주식시장 튼튼히 하는데 모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금명간 발표할 금융세제 개편안 핵심을 '주식시장 활성화'라고 못박았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유지한 가운데 주식 양도세까지 부과하는 개편안을 준비했으나,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개편안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 투자자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지시하자 재검토에 착수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