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스타트업 업종구분 모호...병역특례 이유로 IT자회사 세운다

축산물유통 플랫폼·P2P금융 등
IT 개발자 기술 의존도 높아도
직무분야 한정 탓에 인정 못받아
업계 "구조 변화를 기존 제도가 못 따라가"

#사례1. 축산물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통하는 A사는 최근 기존 직원들을 분리해 IT자회사를 설립했다. A사는 사업자 등록을 'SW 개발업'으로 했지만 관련 매출이 없어 병역특례제도(산업기능요원)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례2. P2P 금융업을 하고 있는 B사는 사내 IT 인력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대부 서비스업으로만 인정받아 병특 요원을 받을 수 없다. IT자회사 설립 검토에 들어갔다.

21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최근 ICT 기반 플랫폼을 통해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개발인력을 분리해 별도의 IT자회사 설립에 나섰다. 병역특례제도(산업기능요원) 지원을 받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회사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온라인 플랫폼 기반 서비스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ICT 기술을 근간으로 다양한 산업간 융·복합으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스타트업 업계의 '황금 동아줄'로 불리는 병특 제도를 활용하긴 어렵다. O2O 서비스의 업종 구분이 명확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의 관리규정'에 따르면 주 매출 바탕의 세무서 업종 분류 기반으로, IT 직무분야를 △정보처리업 △게임·소프트웨어개발업 △애니메이션제작업 △영상게임기제작업 △정보통신기기제조업 △방위산업 등 6개로 한정하고 있다.

ICT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이 6개 업종에서 매출이 최소 30%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경우 병특제도를 활용할 수 없다. IT 인력이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어도 해당되지 않는다.

B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인력 구성을 보면 60% 이상이 IT 개발자로 기술 의존도가 높은 회사”라며 “기술력을 인정 받아 투자도 받고 성장해 나가고 있지만 우리를 대부업으로만 보기 때문에 병특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들 외에 부동산 O2O 플랫폼 업체, 중고거래 업체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토스 등과 같은 핀테크 업체는 정보처리업으로 인정받아 병역지정업체로 최종 지정, 기능요원을 편입·전직시켜 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기준이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O2O 서비스 업체들의 유일한 대안은 IT 자회사를 설립해서 적은 규모의 매출이라도 확보하면 자격이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계에서 자회사 설립은 회사를 또 나누는 것이라 부담이다.

한 스타트업 CEO는 “관리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면서도 “사업 확장을 위해 기술 개발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지만 개발자 구하기가 어렵다보니 그렇게 해서라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코라이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대표되는 ICT 융합형 신산업 구조 변화를 기존 제도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시대 변화에 맞춰 산업 업종 분류부터 병역특례 신청 요건까지 현실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