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을 인식해 그 사람에게만 권한을 부여하는 '보안'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가장 전통적 방법으로 소지한 물건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갈 때 키를 활용하거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를 태그하면 추후 나에게 고지서가 날아오는 것 등이 해당한다.
두 번째는 나만 알고 있는 암호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나만의 패턴을 그리거나, 이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에 문자와 숫자의 조합으로 된 비밀번호를 적어 넣는 것 등이다.
마지막은 나의 고유한 신체 정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지문인식 기능이나, 홍채인식 기능 등이 여기 속한다.
각각의 보안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낫다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또한 더 높은 보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방식을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키를 잃어버릴 우려나, 누군가 옆에서 나의 암호를 훔쳐볼지도 모르는 걱정이 전혀 없는 생체인식기술(Biometric)의 활용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웨어러블 기기 등 모든 스마트 모바일 기기에 생체인식 모듈이 탑재되는 미래를 전망한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은 매년 90%씩 성장해 연 26조원 규모로 커진다고 예상한다.
하나의 거대한 전자기기로 변모하는 자동차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지문인식을 통해 시동을 거는 기술은 이미 자동차에 적용된 바 있고, 지문으로 문을 개폐하는 기술도 적용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차량에 탑재된 컴퓨터에 지문을 인식시키면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실 생체인식기술이 최근에서야 주목을 받지만 기술 자체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주민등록증에 입력한 지문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이나, 공항 검색대에서 지문을 입력하고 사진을 찍는 행위 등도 생체인식의 범주에 속한다.
자동차에 관련 기술의 적용이 늦어진 건 지문인식센서 기술을 고도화해 얇게 구현하면서도 인식률을 높이고, 보안성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량 지문인식센서에 손가락을 대면, 해당 지문 정보는 암호화돼 생체정보처리 전자제어장치(ECU)로 보내진다. ECU는 운전자가 확인되면 연동 제어기로 정보를 보내 차문을 개폐하거나 시동을 건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은 1초 이내에 처리된다.
향후에는 지문인식뿐 아니라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들이 적용돼 최종적으로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하는 헬스케어 자동차로 변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생체인식 방법은 업체별로 다양하게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웨어러블 밴드를 활용하거나, 차량 좌석 내 레이더 센서를 내장해 심박수를 측정하는 방법부터 차량 내부에 카메라센서를 장착해 운전자의 안면을 인식하는 방법, 머리에 밴드를 둘러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 등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생체인식기술을 통해 운전자의 기분이나 건강 상태, 스트레스 및 졸음 여부 등을 판단하고 상황에 따라 각 제어기로 신호를 보내 신나는 음악을 틀거나, 근처 병원에 전화하는 등의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생체인식기술을 선보였다. 지문을 인식시키면 문이 열리고 좌석 및 미러, 공조장치, 오디오 등이 특정 개인에 최적화된 설정으로 자동 조정된다. 또 차량 내 카메라 센서는 운전자의 얼굴을 상시로 파악해 취향에 맞는 음악리스트를 추천하는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
박진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