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생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가전 시장에도 언택트 가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설치 기사 방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에어컨, 정수기 등 기존에는 서비스가 동반됐던 가전을 고객이 직접 설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품들이 인기다. 언택트 가전은 1~2인 가구 확산 등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 변화와도 흐름을 같이한다. 가전업체들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언택트 제품 개발과 출시에 공을 들이고, 제품 마케팅까지 언택트로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비 및 생활 트렌드 '언택트'로 이동
'언택트 가전'이라는 용어는 최근 몇 년 사이 떠오른 신조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가전제품은 매장에서 직접 체험하고, 경험한 뒤에 구매하는 제품이었다. 제품 설치 역시 전문 설치기사가 방문 설치해주는 제품일수록 고급 제품으로 평가됐다.
사후관리도 마찬가지다. 전문 관리사가 제공하는 관리 서비스 인기가 높다. 정기적으로 전문 관리사가 방문해 제품을 관리해주는 렌털 시장이 확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1~2인 가구가 확산하면서 간편한 생활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설치기사가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대신 성능은 조금 낮더라도 간편하게 설치해서 쓸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트렌드가 급속히 확산했다. 그러나 이제는 포스크 코로나 시대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생활 전반에서 언택트 트렌드는 대세로 부상했다. 가전시장에서도 실용성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가구 구성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국내 1~2인 가구 비중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는 603만9000가구로 전체 2018만3000가구의 29.9%에 이른다.
◇성장하는 언택트 가전 시장
언택트 트렌드가 폭발적으로 확산한 계기는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다. 사람간 대면 접촉을 기피하면서 언택트 가전 수요가 크게 상승했다.
실제로 쿠쿠가 언택트 가전으로 선보인 인앤아웃 아이스 10's 정수기, 인스퓨어 이지 필터 비데 등셀프 관리형 제품은 1분기 판매량이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보다 14% 가량 상승했다. 전체 렌털 부문에처 차지하는 비중도 약 60%까지 상승했다. 쿠쿠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등 렌털 관리 서비스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소비자를 위해 '셀프 관리형 렌털' 제품을 선도적으로 내놓았다. 이들 제품이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크게 판매가 늘어난 것이다.
청호나이스의 셀프 관리형 정수기 '청호 직수 정수기 컴팩트' 5월 판매량도 4월 대비 약 50% 급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접 관리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창문형 에어컨, 이동형 에어컨 등 설치가 필요없는 냉방가전 판매가 급성장한 데도 이 같은 트렌드가 한 몫했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문 설치기사가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일반 소비자 누구나 손쉽게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언택트 가전 출시 활발
가전 시장에서 언택트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면서, 제조사들도 맞춤형 제품 개발과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언택트 트렌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언택트 가전 시장도 함께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코웨이는 필터 관리 시점을 알려주고,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자가관리형 공기청정기 카트리지(AP-1019C)'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프리필터 세척이 필요한 시점, 초미세먼지 집진필터 교체 시점 등에 맞춰 알림을 주는 스마트 제품이다. 필터 세척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코웨이 관계자는 “최근 공기청정기를 렌탈로 이용해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수요층이 증가함과 동시에 스스로 관리를 원하는 수요층도 성장하고 있는 추세”라고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쿠쿠도 자가 관리형 렌털 제품에 대해 손쉬운 관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앤아웃 직수 정수기 10'S'라는 제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0초 만에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가 직접 관로와 외부 코크까지 살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쿠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관리자 방문 횟수를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필터 등을 배송 받아 자가 관리하는 셀프 관리형 렌털 서비스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에어컨 시장에서도 이동형과 창문형 등 손쉽게 설치하는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제품 출시가 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이동식 에어컨을 선보였다. 실외기 설치가 필요없는 제품으로, 필요한 공간에 이동시켜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소비자가 직접 이동식 에어컨을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주택의 창틀을 고려한 간편설치 키트를 기본 제공한다. 소비자는 에어컨을 사용하려는 공간의 창문을 조금 열어 설치 키트를 장착한 후 더운 바람을 내보내는 배관과 연결하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스스로 제품을 관리하는 언택트 가전은 소모품 교체나 세척, 관리 등을 최대한 쉽고,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성능은 기본이고, 제품 관리 편의성을 높인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