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 때 함께 주던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은 올 가을부터 시행이 예상되고, 삼성은 내년에 일부 모델부터 충전기를 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공식 발표 상황은 아니어서 최종 결론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른바 '잘나가는' 대형 스마트폰 업체 두 곳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니 땐 굴뚝의 연기' 같은 소문만은 아니다.
삼성의 충전기 제외 검토 소식을 처음 알린 본지 보도에는 '얼마나 한다고 충전기를 빼냐'는 댓글이 많았다. 가뜩이나 비싼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기본 구성품도 줄이려고 한다면서 불만 어린 반응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제조사 입장은 달라 보인다. 충전기만 빼도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납품되는 충전기의 단가는 약 3.5달러(약 4100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연간 스마트폰 3억대를 생산하는 걸 감안하면 10억5000만달러(1조원)라는 큰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쭉쭉 성장하던 스마트폰 시장도 포화된 상태인데 경쟁은 치열하고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고성능 부품 탑재까지 늘어 제조 원가는 상승하니 고민이 됐을 것이다. 오죽하면 기술과 품질을 우선시하던 애플도 이제는 단가를 최우선한다는 말까지 협력 업체에서 나올까.
원가 절감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숙명과도 같다. 원가 절감을 적절히 이뤄 내지 못하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고, 이는 곧 회사 성장과도 직결된다. 필연의 과제이고 끝이 없는 숙제다.
그러나 원가 절감은 누군가에 이익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는 손해다. 앞에서 거론한 충전기를 예로 들면 폰 제조사는 1조원을 절약할 수 있지만 충전기 업체는 1조원의 매출처가 사라지는 셈이다. 산업 생태계는 주체들이 연결돼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대기업의 작은 원가 절감이 중소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라고 했다. 고통 분담으로 힘든 시기를 함께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