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쇼크도 못 막은 LG생활건강, 61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LG생활건강이 2분기 코로나19 한파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면세점 타격으로 화장품 사업이 부진했지만 중국 시장 회복세와 사업 다각화 효과에 힘입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033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7832억원으로 2.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2046억원으로 3.3% 줄었다.

코로나19 여파와 면세점 수요 감소로 매출은 줄었지만, 럭셔리 브랜드 성장세와 경영 효율화, 사업 분산 효과 덕분에 수익성은 끌어올렸다. 차석용 부회장 취임 이후 지켜온 실적 최대치 기록도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무려 61분기 연속 성장세다. 다만 매출액은 상승세가 58분기에서 멈춰섰다.

LG생활건강은 “면세점 수요가 거의 사라지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면세점 판매를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이 크게 성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매출은 3조6795억원으로 0.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637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반기 이익을 실현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대부분 화장품 업체가 부진을 면치 못한 것과 비교하면 두드러지는 성과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 부문으로 분산한 사업 포트폴리오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면서 위기에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LG생활건강 IR
LG생활건강 IR

실제 주력 사업인 화장품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뷰티 사업부문은 상반기 매출 1조9898억원, 영업이익 3998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각각 11.5%, 15.3% 감소했다. 럭셔리, 프리미엄, 데일리 뷰티를 포함한 토탈 뷰티 사업으로만 따져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3%, 5.8% 줄었다.

4월부터 본격화된 출입국 제한 조치로 인해 면세점 채널 매출이 급감했다. 관광객 수 급감으로 글로벌 업체들의 재고 소진을 위한 과도한 할인 경쟁이 계속되며 LG생활건강 매출을 끌어내렸다. 다만 어려운 사업 여건에도 초고가 라인은 빛을 발했다. '후'의 경우 탄탄한 소비자 수요를 기반으로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다만 면세 채널 부진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업은 선방했다. 해외 판매의 경우 중국 사업이 빠르게 정상화되면서 작년 동기대비 17% 성장했다. 상반기 최대 행사인 중국 6.18 쇼핑축제에서 럭셔리 화장품의 티몰 매출이 188% 뛰며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이다.

홈케어와 데일리뷰티 등 HDB 사업의 상반기 영업이익 작년 동기대비 79.7%나 급증한 1285억원을 달성했다. 매출도 26.4%늘어난 9415억원을 기록했다. 홈케어는 위생용품에 대한 높은 수요가 지속됐고, 섬유 유연제 '아우라' 등의 신제품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더마, 헤어·바디·오랄케어 등이 속한 데일리 뷰티는 '닥터그루트'와 '프로폴리테라', '벨먼'과 같은 프리미엄 라인들의 지속 성장과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디지털 채널 강화 전략을 통해 47%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리프레시먼트 사업은 상반기 매출 7482억원, 영업이익 1087억원으로 각각 4.8%, 35.8% 증가했다. 배달 수요 증가로 늘어난 코카콜라 등 음료 브랜드 판매가 성장세를 견인했다.

C쇼크도 못 막은 LG생활건강, 61분기 연속 실적 신기록

LG생활건강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동종 업체인 아모레퍼시픽의 부담감도 높아졌다. 뷰티사업 부진에도 사업 다각화로 실적 선방에 성공한 LG생활건강과 달리 화장품 비중이 절대적인 아모레퍼시픽은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영업이익이 66.8% 급감하며 코로나 한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르면 다음 주 발표하는 2분기 실적은 그 이상의 어닝 쇼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과도한 할인 경쟁을 펼친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일정 수준의 할인율을 지키면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한 것이 실적 성장에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이날 개최한 이사회에서 더페이스샵, 씨앤피코스메틱스, 캐이엔아이 등 3개 자회사를 연내 LG생활건강으로 합병하는 안을 승인했다.

더페이스샵, 씨앤피코스메틱스, 캐이엔아이는 LG생활건강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이번 합병을 통해 사업 복잡성 개선을 통한 업무 효율화와 해외사업 진출 경쟁력 확보가 기대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