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꺾이지 않은 무역기술장벽...민관, 선제 대응 급선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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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의 세계 무역기술장벽(TBT)이 역대 최대이던 지난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브라질, 체코, 쿠웨이트 등은 코로나19 관련 TBT를 다수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하반기에도 예상치 못한 TBT 통보가 나올 가능성이 짙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련 기관·기업과 협력해서 TBT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6일 세계무역기구(WTO)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TBT 통보는 169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1715건)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까지 세계 TBT 통보는 955건으로 전년(699건) 대비 36.6% 증가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유행하던 2분기에는 1.2%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국에서 TBT 통보를 위한 행정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경향은 신규 TBT 통보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의 신규 TBT 통보는 986건으로 지난해 1163건보다 15.2% 감소했다. 그러나 1분기의 신규 TBT 통보는 588건으로 전년(528건)보다 11.3% 증가했다. 코로나19가 각국의 신규 규제 제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한 국가 중심으로 코로나19 관련 TBT 통보도 많았다. 해외기술규제정보시스템(Know TBT)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TBT는 총 52건이 통보됐다. 브라질, 미국, 체코,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등 국가에서 코로나19 관련 TBT를 통보했다.

최동근 한국표준협회 수석연구원은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이 시작된) 지난 4월 코로나19와 연관된 TBT 27건을 긴급하게 규제로 통보했다”면서 “마스크나 세정제 같은 코로나19 관련 물품 등에 대한 기존 보건안전 규제를 개정하거나 물품의 사용을 긴급 승인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의 TBT 통보도 상반기에 오히려 확대됐다. 국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중국·베트남·일본·인도 TBT 통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모두 증가했다. 미국이 지난해 상반기 63건에서 올해 73건, 중국이 21건에서 28건, 베트남이 10건에서 14건, 일본 10건에서 20건, 인도가 15건에서 31건으로 각각 확대됐다.

정부와 전문가는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신규 TBT 통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TBT 통보도 점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관련 TBT 규제는 점증할 것이고, 코로나19로 명시가 안 된 TBT도 있을 것”이라면서 “역대 최대 수준인 지난해까지는 아니지만 올해 TBT도 3000건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관이 합심해서 TBT 규제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비관세장벽에 대표적인 TBT 조치가 더 문제가 되면 기업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산업계와 소통해서 빠르게 문제를 파악하고 WTO TBT위원회에 이의를 선제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