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제조 2.0]해외 제조플랫폼 도입 사례 살펴 보니…"국가 자존심 걸었다"

국가간 인공지능(AI) 경쟁구도가 심해지면서 핵심 인프라인 고성능 컴퓨팅 자원 확보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전통적 제조업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과 일본에서도 제조기업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는 플랫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상당수의 제조 기업은 유용한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이를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없는 실정이다.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을 별도로 구축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직접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확보해 민간 기업이나 대학에 제공해 AI 기술 저변을 넓히고 있다.

독일 호크(Hawk)가 추진 중인 고성능컴퓨팅(HPC).
독일 호크(Hawk)가 추진 중인 고성능컴퓨팅(HPC).

독일 호크(Hawk)에서는 시뮬레이션, 빅데이터 분석, 심층학습 등 고성능 데이터 분석 및 AI 환경을 제공하는 개방형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과 미국 휴렛패커드 엔터프라이즈(HPE)가 손잡고 기존 시스템보다 3.5배 빠른 고성능컴퓨팅(HPC)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HPC 설치 완료 예정이다.

이들은 포르쉐, 아우디, 벤츠 등 독일내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 컴퓨팅 자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는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S)을 활용해 개발 효율성과 품질을 높이는 등 완성차업체와 협업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제작, 화학업계 등에서도 HPC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쿄대학 카시와 캠퍼스에 설치된 AI 브리징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쳐(AI Bridging Cloud Infrastructure, ABCI).
도쿄대학 카시와 캠퍼스에 설치된 AI 브리징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쳐(AI Bridging Cloud Infrastructure, ABCI).

일본은 2018년 195억엔(약 2000억원)을 투입해 'AI 브리징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쳐(AI Bridging Cloud Infrastructure, ABCI)'를 개발했다. 일본과학기술종합연구소(AIST)가 추진한 이 슈퍼컴은 2018년 7월 도쿄대학 카시와 캠퍼스에 설치됐다. ABCI는 현재 AI 스타트업, 클라우드 사업자, 제조기업, 대학 등이 참여하는 일본 AI연구의 산학연 파트너쉽 협력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국립 이화학연구소와 전자업체 후지쓰가 공동 개발한 슈퍼컴 '후가쿠'는 지난달 세계 슈퍼컴 계산 속도 순위 '톱 5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1년 '게이'에 이어 9년 만에 일본이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수년간 1위를 차지한 중국에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 정부가 전략적 투자를 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AI 제조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2년 뒤 구축되는 시점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투자로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