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가 없어 보이던 식음료업계에도 기술 개발과 디지털 접목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 산업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은 전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다. 금융과 테크가 합쳐진 핀테크는 물론 자동차, 조선, 에너지, 의류에서도 모두 IT 융합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고 있다. 식음료도 차별화한 가치를 만들기 위한 신기술 융합이 필수인 시대다.
식음료는 대체로 변화가 적은 산업군으로 꼽혀 왔다. 신제품 가운데 히트상품이 잘 나오지 않는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모두 10여년 동안 각 분야에서 1, 2위를 다툰 것들이다. 신라면, 칠성사이다, 브라보콘 등은 출시된 지 최소 10년 이상 된 제품이다. 스테디셀러를 하나 확보하면 10년 이상 큰 부침은 없다는 게 업계의 정설로 돼 있다. 업계 순위 재편도 미미하다. 연구개발(R&D)보다는 기존 영업망을 잘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한 일로 인식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먹거리 산업에서도 새로운 도전은 절대 필요하다. 경쟁사를 제치고 새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는 테크와 디지털의 결합이 필수다.
주변 상황부터 살펴보자. 쌀을 주식으로 하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밥 이외 먹거리 선호도가 매우 높아졌다.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대량의 식자재 필요성이 낮아졌다.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던 것에서 이를 넘어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오랜 기간 내수 중심이던 우리 식음료 산업도 이제는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때다.
이런 시장과 소비자 기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푸드테크를 구현해야 미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 프리미엄이 강조되면서 가정간편식(HMR)은 한 끼를 때우던 상품을 넘어 고급 먹거리로 진화하고 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고급 제품을 내놓으면서 제품당 판매 단가를 높일 수 있다. 이는 식음료업계가 전체 소비가 늘지 않는 가운데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중요 포인트가 된다.
국내 유통가는 배송 전쟁터다. 신선회도 온라인으로 주문해 먹는다. 늦은 저녁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식재료는 새벽배송으로 아침이면 문 앞에 와 있다. 이런 인프라를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먹거리도 기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식음료 전문업체와 근거리 배송업체 간 협업으로 새로운 신선식품 구독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푸드와 IT의 결합으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도 창출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선 육류를 대체할 식물성 고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김치나 장류, 만두는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만한 아이템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발효식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 인프라와 저장·보관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배송 체계와 최적의 식품 관리에도 IT는 필수다.
우리 식음료도 더욱 적극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한다. 소비자 기호를 분석하고 최적의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 또 건강한 식음료의 보관과 최적화된 배송에까지 IT의 역할은 계속 커질 것이다.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고 현명해진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면 그만큼 많은 투자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식음료 산업도 '테크'가 돼야 한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