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의 괴짜 아이언맨을 기다리며

[기고]한국의 괴짜 아이언맨을 기다리며

지난 5월 30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첫 민간 유인 캡슐 '크루 드래건'을 성공리에 발사했다. 후대에 5월 30일을 한 괴짜 천재가 우주 역사의 새로운 한 장을 쓴 날로 기록할 수 있을 만큼 민간 유인 캡슐의 발사 성공은 이제까지 우주 개발 방향성을 바꿀 중요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화성을 개척하겠다는 머스크의 꿈은 첫발을 내디딘 셈이지만 '민간 우주기업'이라는 단어 자체가 많은 이에게 생소한 만큼 우주 개발에 남기는 시사점은 크다.

민간 영역에서 우주 개척은 그동안 많은 사업가가 언급하던 창의였으나 대부분 구체화 되지 못하고 자취를 감췄다. 수많은 실패가 증명됐음에도 스페이스X가 민간 우주 개발에 뛰어들어 현재 위치에 올라설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월등한 기술력, 풍부한 자본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과감하게 추진한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비전, 톰 뮬러와 같은 로켓에 미친 엔지니어, 스페이스X라는 물고기가 마음껏 유영할 수 있는 미국의 우주 기술 개발 환경이 조화를 이뤄 만든 결과일 것이다. 하나라도 결여가 있다면 스페이스X 역시 여느 벤처기업처럼 조용히 사라졌을지 모른다.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현주소는 어떨까. 1999년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를 쏘아 올리며 단기간에 비약 발전을 이룬 후 2013년 나로호 3차 발사의 성공으로 정점을 찍었다. 우주 개발 연구에 매진한 단위 시간으로만 환산해 보면 기적과 같은 일이지만 과학 기술 분야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생각하면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비 비중은 세계 1위(4.81%)로, 미국(2.79%)의 1.7배에 이른다. 그러나 우주 개발에 한정할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매년 약 6000억원을 우주 개발에 투자하고 있지만 50조원인 미국의 8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우주 산업에 종사하는 국가별 인력의 경우에도 러시아 25만명, 미국 22만명, 프랑스 1만3000명, 일본 8000명, 독일 7000명에 비해 현저히 적은 300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대규모 투자가 반드시 혁신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R&D 투자 대비 우주 개발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고무되기도 한다. 그래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대부분의 우주 개발 투자 예산이 인공위성과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민간 부문이나 다양한 우주 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족, 우주 개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우주 개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 다변화와 민간 분야 스타트업의 집중 육성을 위한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 선진국 주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우주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발을 맞추려면 민간 영역에서 혁신형 창의가 중요함은 100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부가 우주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민간 업체가 하드웨어(HW)를 개발하는 구시대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영역의 참여 생태계를 조성, 우주 개발의 '퍼스트 펭귄'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에 머스크는 지나치게 자주 생각에 잠겨 청각 장애를 의심받고 인두편도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특이한 사고방식 때문에 학창 시절에 놀림을 받은 머스크는 훗날 세계사에 길이 남을 CEO로 성장했고,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다. 많은 언론이 그의 업적을 두고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혁신이 현재 진행형이며,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괴짜 아이언맨이 나타나는 순간을 상상하며 필자 역시 앞으로 연구실에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한다.

유재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구조용복합소재연구센터 연구원 jamesyu@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