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령이 공개되면 이에 맞춰 사업을 재편·확장할 예정이다.”
요즘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업계의 화두는 단연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이다. 특금법은 침체 분위기를 바꿀 '게임 체인저'다. 업계는 자금세탁방지책 마련, 보안성 강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특금법 전과 후로 나뉠 정도로 암호화폐업계가 거는 기대감은 크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특금법은 산업 진흥법이 아닌 규제법이다.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은 보수적이다. “특금법 개정안이 제도권 편입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는 정부 관계자의 해석도 들려온다. 현재 분위기에서 유관법 마련은 요원하다.
특금법 통과가 끝이 아니다. 암호화폐엔 '범죄' '투기'와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켜켜이 쌓였다. 업계가 짊어진 업보다. 업계의 자정 활동으로 다크코인 퇴출이 이뤄졌지만 암호화폐 악용 사례는 현재진행형이다. 다단계, 상장 알선 등 취재 과정에서 포착되는 악용 행위도 적잖다. 암호화폐를 잘 알지 못하는 중장년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고수익을 약속한 뒤 투자금을 빼돌려서 큰 피해를 안기기도 한다.
암호화폐 상장 폐지 역시 빈번하다. 상장 폐지는 투자자에게 금전 손실을 끼칠 수 있는 중대 이슈다. 거래소가 상장 화폐 필터링을 열심히 한 결과지만 애초에 상장 폐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거래소가 상장 전 검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4대 주요 거래소에서만 60여종의 암호화폐가 상장 폐지됐다. 증권시장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수치다. 올해 상반기 증권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종목 수는 10개다. 암호화폐 시장의 6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지난해 상반기 대비 5배 늘어난 것이다. 불확실성 높은 시장을 좋은 투자처로 판단하고 선뜻 돈을 맡길 투자자는 많지 않다.
업계 차원의 자정 활동이 필수다. 개별 사건이 업계 전체에 부정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암호화폐 확대라는 시대 추세와 제도화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진 못한다. 암호화폐 인식 개선은 업계의 몫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