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원장 서판길)은 천무경 치매연구그룹 박사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체정보(오믹스) 데이터를 분석,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증가가 콜레스테롤 합성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치매 원인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 뇌 속에서 과도하게 많아지면 미세아교세포 등에 의해 제거된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막의 유동성을 조절하며, 체내 항상성 유지를 위해 혈액 내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 이런 과정들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체내에 병리적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질환이 유발된 마우스의 대뇌피질 조직 데이터를 '생성적 적대 연결망(GAN)'이라는 AI로 분석했다. GAN은 생성자와 구분자 간 경쟁을 통해 데이터를 생성하고 학습해 실제에 가까운 가짜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이다.

연구팀은 GAN을 이용해 정상 마우스에서 치매 유전자 발현을 시뮬레이션하고, 정상형에서 치매 단계로 진행될 때 유전자 발현의 변화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아밀로이드 베타가 증가하면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초기에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간 사후 뇌조직에서도 관련성을 확인했다.
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증가가 콜레스테롤 합성의 시그널 역할을 하며 두 과정이 상호작용하면서 시냅스 형성 및 시냅스 가소성에 관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RNA 전사체 분석에 AI를 융합하는 독특한 연구기법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자들에게 보다 체계화된 해석 및 실험을 위한 디자인을 제공하고, 의료 산업계에는 질병 초기에 일어나는 생체 내 변화를 예측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천무경 박사는 “GAN을 활용하면 질환으로 인한 유전자 발현 차이 분석에서 더 나아가 현상의 원인을 찾아 분자기전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이 지속 확대되고 오믹스 데이터가 축적되면 샘플 획득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던 기존 뇌질환 및 노화 관련 분석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