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일상은 마비되고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또 사람을 포함해 원자재 등 기업 경영 자원이 이동 제약을 받으면서 대다수 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언택트 문화가 사회·경제 전반의 풍경을 크게 바꿔 놓고 있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산업 트렌드로 각광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사람 간 접촉이 필요 없는 온라인 비중이 대중의 삶 속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이와 관련된 게임·웹툰·애니메이션 등 문화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가운데 웹툰과 애니메이션은 손안의 콘텐츠로, 언택트 콘텐츠의 대표 장르이다. 최근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며 대표 문화 콘텐츠로 각광 받고 있다. 이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해외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신과 함께'가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대성공을 거뒀고, 네이버 웹툰이 일본·북미 시장에 이어 지난해 유럽 시장에까지 진출한 것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이렇게 괄목한 성과를 이룬 한국의 대표 문화 콘텐츠 산업인 애니메이션·웹툰 산업. 그러나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국·일본 등에서 물량을 수주하고 인건비가 다소 저렴한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재발주함으로써 수주 물량 가운데 70%가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등 산업 구조는 기형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의 매출 증대는 대체로 내부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산업 실정에서 불가피한 외주 발주로 연계되며, 점차 대량 작업이 가능한 해외 발주로의 제작 노하우 및 인력 유출이 가속화돼 국내 인력만으로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고령자가 많고, 농수산물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에만 몰두한 탓에 콘텐츠 산업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7월 발표한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기록된 애니메이션산업 지역별 사업체 수 현황을 보면 서울·경기도에 위치한 기업은 429개로 전체의 84.2%가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에 거주하는 창작자의 취업 문제나 생계 유지, 시장 형성 등에서 열악한 여건은 산업이 탄탄하게 뿌리 내리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곧 수도권과 지방 간 콘텐츠 산업 성장에 불균형을 초래, 콘텐츠 다양성 확보나 지역 인프라 구축이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갈수록 가속화하는 젊은 세대의 인구 유출을 막고 기존의 제조업 등 사양 산업을 대체할 4차 산업혁명 시대 블루오션으로 웹툰·애니메이션, 게임 콘텐츠 분야 리쇼어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리쇼어링 프로젝트는 지난 3월 순천시를 기반으로 정부와 전남도가 공동 추진하는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에 선정돼 콘텐츠 인재 양성과 청년 일자리 제공의 첫발을 내디뎠다. 리쇼어링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의 유망한 웹툰·애니메이션 관련 기업 13개사를 전남에 유치했으며, 순천대와 협력해 기업 공간 제공 및 테크니컬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실무 역량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지역 청년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기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문화 콘텐츠 산업 클러스터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콘텐츠 산업 청년 일자리 창출 리쇼어링 프로젝트로 지역 창작자 양성과 문화 자원 융합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 환경을 지원, 지방이 더 이상 문화 콘텐츠 불모지가 아니라 웹툰·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 중심으로 도약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 이런 과정은 지역의 청년 유입을 이끌고 지속 가능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해 인재의 지역 정착화, 즉 로컬라이제이션으로 연결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위기이지만 우리는 이를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산업 리쇼어링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응원해 주길 바란다.
이준근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cklee@jc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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