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에도 사람은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며, 일해야 한다. 여가와 취미를 즐겨야 하고,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사람 사이에 살아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사람의 욕구는 수요로 이어지고, 수요가 시장을 불러옴은 자명하다. 언택트가 앞당기고 구체화할 4차 산업혁명 시장의 필수 요소 및 경쟁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핵심을 '가성비'와 '범용성'이라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이 일반 대중의 삶 깊숙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한두 가지 상품과 서비스로는 불가하다. 기술이 집약된 다양한 범용 상품과 서비스가 준비돼야 하고, '가성비'도 중요하다.
고가라면 서민층은 이용이 어려울 것이며, 저가라 해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구매를 꺼릴 것이다. 가성비가 전제돼야 상용화·대중화가 가능하고, 가성비가 높을수록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몇 년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을 국가 사업으로 여길 정도로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세계 최초의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이룬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임에도 아직 지지부진한 이유를 바로 국내 기업의 가성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지속되는 경기 침체 및 서민 경제난에도 국내 대기업과 제조사가 국내에 내놓는 상품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부에 지나지 않던 해외직접 구매의 급격한 대중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국내 기업의 내수 가격 정책은 최근 소비자의 합리 및 실용 소비 트렌드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과소비 시대와 달리 특정 브랜드 및 채널과 같은 선호도보다 합리성과 실용성이 중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성비 트렌드'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더욱 가속화하고 있고, 이는 새로운 경쟁자 진입을 통해 기존 플레이어와의 가격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가 위주 시장이 가성비 시장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제품과 서비스는 호환이 가능한 '범용성'을 필수로 한다.
다양하고 적용 범위가 넓을수록 활용도가 크다. 일부 기업 또는 브랜드에 제한된 소수 상품만 판매된다면 고객의 선택권과 효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만약 A사 스마트폰을 구매했는데 연동되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제품이 없다든지 B통신사 상품에 가입했는데 타사에 있는 빅데이터 서비스 기능이 전혀 없으면 아무리 단일 상품의 경쟁력이 뛰어나더라도 외면받을 공산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특정 브랜드가 스마트폰, 가전 등 다양한 하드웨어(HW)와 이를 연동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IoT 생태계 구성이 가능하고 가성비 있는 가격까지 갖추게 된다면 국내 메인 브랜드를 제치고 급부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가격이 비싼 5G 스마트폰과 대형 가전은 물론 IoT와 연결되는 중소형 기기는 '가성비' 좋고 '범용성'을 띤 제품의 인기가 심화할 수 있다.
필자는 모두가 어려운 언택트 시대에는 가성비와 범용성이 주요 화두가 돼 많은 사람이 편익과 효용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5G 관련 제품은 특정 계층이나 서민층이 소외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은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가 방대한 빅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서 세계 최고 바둑기사인 이세돌 9단을 꺾은 일을 기억할 것이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이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은 진보하고 가격은 낮아지며, 이는 우리에게 혜택으로 돌아오고 있다.
모든 기술과 제도는 결국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기업이 '가성비'와 '범용성'을 띤 제품을 많이 만들고, 국내 소비자나 서민을 외면하지 않는 좋은 상품을 공급하는 등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되기를 고대해 본다.
이병길 한국테크놀로지 대표 richard@myht.co.kr
-
박정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