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역대 최장 수준의 장마가 지속되고, 큰 더위가 오지 않으면서 가전 제품간 판매 희비가 엇갈렸다. 대표적인 여름 계절 가전인 에어컨 판매는 부진한 반면, 제습기와 건조기 등은 판매가 늘었다. 가전과 가전유통 업계는 에어컨 판매 부진에 따른 실적 하락으로 고민에 빠졌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에어컨 판매가 부진한 것은 여름 기온이 예년보다 낮기 때문이다. 초여름에 반짝 더위가 있긴 했지만, 뚜렷한 더위가 없었다. 에어컨 판매와 직결되는 열대야도 서울 기준으로 4일에야 처음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가전 유통채널에서 에어컨 성수기로 평가되는 7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전자랜드에서는 33%, G마켓에서는 59% 감소했다.
국내 에어컨 판매량은 2017년 250만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50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판매가 부진하면서 업계는 전년 대비 판매량이 10~2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으뜸효율 가전 환급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판매량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장마 이후 늦더위 가능성도 있지만, 에어컨 판매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는 열대야가 지속될 때 급격히 늘어난다”면서 “늦여름에 더위가 오면 조금만 지나면 가을이 온다는 생각에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기 때문에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에어컨 판매가 부진한 반면 이달 중순까지 50일이 넘는 최장 기간 장마로 인해 제습 관련 가전은 호황이다. 올해 제습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은 판매가 전년 보다 크게 늘었다. 제습기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건조기와 의류관리기도 인기다.
전자랜드에서는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고,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최근 한 주간 제습기 매출이 20% 증가했다.
제습기와 건조기 등의 매출이 늘었지만, 업계 표정은 밝지 않다. 고가인 에어컨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비해 제습기와 건조기 매출 비중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전 유통업체 관계자는 “제습기는 가격대가 낮고, 건조기나 의류관리기는 판매 증가율이 상승해도 절대 규모가 크지 않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