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와 중성자로부터 핵융합로를 보호할 방패인 '블랑켓 차폐블록' 첫 번째 완성품이 국내에서 제작됐다.
국가핵융합연구소(소장 유석재)는 핵융합에너지 개발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ITER 건설을 위해 핵심품목 블랑켓 차폐블록 초도품 개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ITER 블랑켓 차폐블록은 초고온 플라즈마와 중성자로부터 ITER 주요장치를 보호하는 구조물이다. 진공용기 내벽을 둘러싸도록 연결·설치된다. ITER에는 총 440개 블랑켓 차폐블록이 설치될 예정으로,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220개를 조달한다.
이번 성과는 ITER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설계, 제작, 시험 등 모든 과정의 기술 이슈를 해결하고, 양산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특수 스테인리스 스틸을 개발해 활용했다. 차폐블록 안쪽은 플라즈마 형상을 고려하고, 바깥쪽은 진공용기에 밀착하도록 복잡한 형상 제작 설계를 완성했다.
제작 단계에서는 단단한 대형 재료를 복잡한 형상으로 정교하게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높이 1m, 폭 1.4m, 두께 0.4m 차폐블록 하나에 무려 220회 드릴링으로 냉각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단 한 번의 드릴링만으로 1.4m 길이 홀(hole)을 한 치 오차 없이 관통시켜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최적의 가공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된 블랑켓 차폐블록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초대형 고온헬륨누설시험 설비로 실제 ITER 운전 환경과 유사한 고온, 고진공 조건에서 성능 테스트를 마쳤다. 국내 산업체인 이엠코리아, 비츠로테크와 협력한 성과다.
정기정 핵융합연 ITER한국사업단장은 “여러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끝에 ITER 블랑켓 차폐블록의 개발에 성공했다”며 “앞으로도 ITER 조달품 개발을 통해 미래 핵융합 상용화 기술 확보와 국내 산업체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