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도입률은 약 9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그러나 표준화 부재로 상호운용성이 확보되지 않아 EMR 시스템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환자진료정보교류와 교육 연구에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EMR 시스템 표준화를 유도,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보장하고 데이터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EMR 시스템 인증제를 개발해 운영에 관한 고시를 6월 1일 발표했다.
인증 종류는 제품 및 사용 인증으로 기능성, 상호운용성, 보안성 3개 영역의 86개 항목으로 구성된 인증 기준을 만족하는 시스템에 제품 인증을 부여하고, 제품 인증을 받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에 사용 인증을 부여한다.
EMR 시스템 인증제가 수년간 연구용역과 시범사업을 통해 준비됐지만 성공적으로 안착해 인증제 추진 목적을 달성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표준화를 유도하기 위한 용어, 서식, 기술의 표준과 이들 표준의 활용 가이드라인 개발, EMR 시스템 오류로 발생하는 환자 안전 문제 예방, 대상기관의 인증제 참여 제고,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른 보건의료정보 사업과의 연계 등이다.
표준화된 EMR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 부담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시스템 개발 업체와 사용의료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용어 및 서식 표준 그리고 이들 표준의 구현을 안내해주는 기술 표준을 개발해 제공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의무기록 작성시 환자 가족의 구성원과 그 구성원의 질환정보가 포함된 가족력을 조사해 기록해야 한다. 상호호환성이 보장되는 가족력 데이터를 구축하려면 조사할 가족의 범위(직계가족), 질병의 범위 (암, 고혈압, 당뇨, 암), 기록하는 방법(서식), 사용하는 용어 등을 표준화하고 이 인증 기준의 구현을 안내해주는 기술 표준이 필요하다. 표준 기반으로 개발된 EMR 시스템으로 수집한 데이터는 환자 진료와 지식 개발에 필요한 표준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EMR 시스템 인증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환자 안전 증진이다. 그러나 임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제품인증을 받은 시스템을 의료기관에 설치하는 과정에 변경한 경우 환자 안전에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시스템에 동명이인을 구분하는 기능이 없으면 환자식별 오류가 발생해 다른 사람에게 약을 투여하는 등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EMR 시스템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 안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임상 현장을 잘 이해하는 심사원을 선발해 임상 현장을 잘 반영하는 시나리오를 활용해 평가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EMR 시스템 인증제가 의무 인증이 아니고 자율 인증인 상황에서 인증 대상 기관의 참여도 제고도 중요하다. 인증제 적극 참여를 위해 대부분 EMR 시스템 개발 업체와 의료기관에서 충족하기 어려운 임상의사결정지원 관련 인증 기준을 만족하는 시스템 개선을 조건으로 기술 지원이나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고품질 EMR 시스템을 도입한 의료기관에 재정 보상을 해주는 방안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
EMR 시스템 인증제는 보건복지부가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보장하고 표준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의료정보정책 사업 중 하나다. 이 가운데 특히 진료정보교류사업, 개인주도형 개인건강기록사업, 데이터중심 병원사업과 관련성이 높다.
2017년 시작한 진료정보교류 사업은 정보제공에 동의한 환자가 본인의 진료기록을 원하는 의료기관에 안전하게 보내 의사가 환자 진료에 참조할 수 있도록 교류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발표한 개인주도형 개인건강기록 사업은 개인 중심 의료데이터의 통합 및 활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공기관·의료기관·웨어러블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표준화해 연계하는 사업이다.
올해 시작한 데이터중심 병원사업은 대형 의료기관이 보유한 고가치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의료기기, 인공지능 등 개발을 지원하는 과제다. EMR 시스템 인증제는 의료데이터 표준화를 통한 상호운용성 보장 측면에서 복지부가 추진 중인 다양한 의료정보정책 관련 사업 기반이 되는 만큼 매우 중요하다.
박현애 대한의료정보학회장 hapar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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