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시작됐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 등극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생산 능력이나 매출 규모가 토요타의 4% 수준에 불과한 테슬라가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자동차 회사가 됐다. 국내에서도 테슬라 돌풍이 매섭다.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올해 들어 7월까지 6888대가 팔리며 전기차 대중화의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나의 신조어에 불과하던 '테슬라 효과'가 국내외 자동차업계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기자는 지난 2016년 이맘 때 테슬라 한국 진출 관련 기사를 쓰면서 주목할 세 가지 키워드로 '전기차' '온라인' '체험'을 꼽았다. 테슬라의 한국 진출로 전기차 시장 대중화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온라인 판매, 체험형 매장 운영 등 그들의 독특한 경영 방식이 자동차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4년이 지난 지금 테슬라는 시장의 우려 속에서도 이런 역할을 성공리에 해냈다. 한국은 테슬라가 먼저 진출한 일본보다 훨씬 높은 판매 성과를 거두며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국가가 됐다. 독자 전기차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도 입증했다.
현대자동차가 내년 전용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새 브랜드 '아이오닉'을 공개했다. 아이오닉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성은 전동화 경험의 진보다. 기술에만 관심을 두기보다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 선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선사하는 브랜드로 새롭게 탄생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 온 과거 제조업 중심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까지 챙기겠다는 관점의 변화가 생겼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단순히 전통 자동차 회사보다 기술 우위나 가격 경쟁력이 높아서만은 아니다. 테슬라 브랜드 가치의 중심에는 항상 팬덤이 있다. 아직 전기차는 얼리어답터나 마니아 구매 성향이 강한 제품이다. 아이오닉 역시 어떻게 브랜드에 대한 고객 충성도를 끌어올릴까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돼야 한다.
전통 내연기관차 시대에 '패스트 팔로워'로 성장해 온 현대차에 전기차 시대는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다. 아이오닉이 전기차 선구자를 의미하는 또 다른 상징이 되길 기대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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