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5>비전문가가 말하는 세가지 규제 퇴치법](https://img.etnews.com/photonews/2008/1327126_20200810154752_798_0001.jpg)
“참 짐도 많네요.” 언젠가는 쓸모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에 버리지 못한 짐이 한 트럭이다. 가끔 사용되는 효용성에 비해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아둔함을 용인한 결과다. 혹시 발생할 피해에 대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규제를 연상케 한다. '규칙이나 규정에 의해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정한 정도'라고 사전에 정의된 규제는 공학도인 비전문가의 눈에 세 가지로 분류된다. '비겁한 규제' '교만한 규제' '행정편의 규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5>비전문가가 말하는 세가지 규제 퇴치법](https://img.etnews.com/photonews/2008/1327126_20200810154752_798_0002.jpg)
비겁한 규제는 사소한 사건도 자신이 책임지지 않으려는 면피주의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피해 방지를 추구하는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데이터 산업의 장애가 되는 것이 좋은 예다. 대학에서 부정 구매를 방지하려는 규정 때문에 연구용 컴퓨터 한 대를 구입하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리고, 행정 처리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한다. 비겁한 규제의 결과다. 혹시 사고가 발생하면 규정을 핑계로 벗어나기 위한 방패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익을 추구한다면 규정을 충분히 완화하고 위반자 처벌과 피해자 보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현명한 방법이다.
비겁한 규제의 이면에는 언론의 역할도 존재한다. 일부 사건을 언론이 지적하면 정부가 나서서 전수조사를 시행해 처벌하고, 그와 관련된 규제를 도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연히 구설에 오르지 않으려는 담당자는 사소한 문제라도 일으키지 않으려고 규정을 촘촘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의 올가미에 걸리지 않으려는 정책 입안자의 노력이 규제 형태로 나타난다. 그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부의 감사 제도를 혁신하고, 피해를 감수하는 대중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비겁한 규제 혁신을 위해 기회비용과 피해비용을 정확히 산출하고, 그에 따른 규제 강도를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피해비용 계산을 위해 인명이나 환경과 관련된 매개 변수의 비중을 높이고, 사사로운 매개 변수 비중을 각각 결정한 후 기회비용 규모와 비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매개 변수에는 사용자 심리와 사회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정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을 감수하고 데이터 사용을 활성화하는 전략의 타당성은 정치 논리나 시민단체의 주장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교만한 규제는 정책 입안자의 오만에서 출발한다. 내 생각을 고집하고 규제의 틀 안에서 구성원을 옥죄려는 발상 때문이다. 많은 경우 정치 논리와 권력 논리가 내재하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다. 자연녹지 관련 규제와 첨단기술 서비스 도입 관련 규제가 대표 사례다. 개인과 권력이 개입할 수 없는 '규제 확정 시스템'을 도입, 일부의 생각이 규제로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5>비전문가가 말하는 세가지 규제 퇴치법](https://img.etnews.com/photonews/2008/1327126_20200810154752_798_0003.jpg)
행정편의 규제는 통제가 관리보다 효율성이 높아서 생긴다. 일정 규칙을 마련해서 구성원이 그를 따르게 하면 사고 위험성도 낮추고 추구하는 목적 달성도 쉬워진다. 우리를 만들어서 관리하는 동물 사육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막대한 기회비용 지출과 창의성 있는 대박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맞춤형 규제가 가능한 지능정보사회 규제와는 동떨어진 과거 방식이다.
이제 과거의 규제를 답습하는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규제의 틀을 지향해야 한다. 규제 혁신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과정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도전 전략이다. 비전문가가 제안하는 세 가지 규제 혁신으로 성공의 문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75>비전문가가 말하는 세가지 규제 퇴치법](https://img.etnews.com/photonews/2008/1327126_20200810154752_798_0004.jpg)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