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원 입법활동 지원시스템을 도입할 전망이다. 국회의원 법안발의 편의를 높임과 동시에 유사법안 중복발의 문제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디지털국회추진단은 국회의원 의정활동 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회 전산시스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업무 전반에서 정보화 수준을 평가하고 주요 개선점을 발굴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최종적으로는 국회 입법 업무에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국회추진단은 이달 초 국회에서 처음 출범한 벤처형 조직이다. 아날로그식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열린국회정보 등 의정활동 지원용 정보공개포털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추진단은 2개월 한시 조직으로 이 기간 동안 국회내 전산업무 실태조사를 하고 디지털전환이 가능한 주요 추진사업 등을 제안한다. 상부 지시에 맞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존 태스크포스(TF)와 달리 직원(8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스템 개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추진단이 우선 개선 대상으로 보는 것은 국회의원 입법지원시스템이다. 최근 국회는 의원 법안발의가 급증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 20대 국회에만 2만4141개 법안이 발의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한달에 1000개가량 법안이 발의되는 양적 확대가 뚜렷하다. 국회의원은 다른 의원 법안을 비교분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국회 법제처는 밀려오는 법안 처리에 업무부담이 커지고 있다.
추진단은 이같은 문제를 AI로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법안의 유사성이나 위헌소지 여부, 법안 문구 오류 등은 그동안 쌓여있는 입법 빅데이터를 AI 분석으로 미리 걸러낼 수 있다. 법안발의 절차 간소화와 함께 일부 문구만 틀리고 내용은 동일한 중복, 재탕·삼탕 법안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추진단의 임무는 입법지원시스템은 물론 큰 틀에서 국회 정보화시스템의 기술 수준을 진단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후 실제 사업 추진 여부는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영춘 국회사무총장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회의장 디지털혁신자문관으로 위촉된 김병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업에 참여한다. 김 자문관은 추진단과 함께 AI 입법지원시스템 관련 기술 노하우 지원에 나선다.
김 자문관은 “입법시스템에 AI 기술 활용 등 추진단 제안사업의 가능성을 판단하고 추진계획 자문 역할 등을 한다”면서 “추진단은 한시 조직이지만 디지털국회 프로젝트는 6개월가량 계속 사업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많은 기관이 디지털혁신을 꾀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선도적인 모습을 보이자는 취지로 디지털전환을 추진하게 됐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