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상승하면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물경기가 기대보다 더디게 회복하는데 비해 주가지수는 계속 상승해 단기 과열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수가 하락하면 신용거래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신용거래 규모는 이와 반대로 급증하고 있다.
11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7일 집계 기준 15조538억원을 돌파해 사상 첫 15조원을 넘겼다. 통계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 초 9조원대에 머물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증시가 급락하면서 5조~6조원대까지 떨어졌다. 5월 들어 증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10조원대를 돌파한 뒤 빠르게 증가해 불과 3개월여 만에 15조원대를 돌파했다.
주식 신용거래는 보유한 자금보다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할 때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매매하는 제도다. 결제일로부터 최장 90일까지 정해진 이자를 지급하고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신용거래 담보유지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당하므로 주가가 하락하면 실제 입는 손실보다 더 큰 손실이 발생하는 위험이 있다. 레버리지를 일으킨 투자인 만큼 주가 상승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신용공여잔고는 5월 18일 첫 10조원을 돌파한 10조783억원을 기록한 이후 6월 3일 11조467억원, 6월 15일 12조598억원, 7월 10일 13조923억원, 7월 24일 14조496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5월 18일 대비 8월 7일 기준 신용공여잔고가 3개월이 채 안돼 무려 49.3%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37.11에서 2351.67로 21.4% 상승했다.
11일 기준 신용잔고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코스피 시장에서 유니온머티리얼(11.12%), 써니전자(11.10%) 디피씨(10.77%) 남선알미늄(10.47%) 서원(10.31%) 등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종목에서는 알에프텍(12.26%) 서린바이오(11.98%) 케이엠(11.86%) 마니커에프앤지(11.72%) 티플랙스(11.51%) 등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 잔고율은 전체 주식 중 신용거래로 매수한 비율을 뜻한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발생해 신용거래 투자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계적 반대매매로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어 다른 투자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
증권가는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유입된 개인 투자자가 추후에도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을 중심으로 유망 업종에 투자하는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은 그동안 매수 주체가 되지 못했고 코스피 수익률도 이기지 못했지만 최근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기업 누적수익률이 처음으로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했다”며 “개인이 유동성 과열 우려 빌미를 제공했지만 아직 시중 유동성 자금이 많아 개인이 주로 매수하는 업종 위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신용거래융자 잔고 사상 첫 15조 돌파
코로나 이후 개인투자자 대거 유입
실물경기보다 빠른 지수 상승세 주도
주가 하락 땐 실제보다 큰 손실 발행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신용거래융자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