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수출 품목이 반도체에 편중 돼 있어 장기적으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규제 완화 등으로 전반적인 서비스 산업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2일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10대 수출 품목 의존도가 46.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독일, 중국 등 세계 수출 상위 10개국의 10대 수출품목 의존도는 평균 36.0%로 우리나라보다 10%포인트 낮았다.
한국은 반도체가 수출의 14.6%를 차지해 반도체 경기 변동 파급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총 수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13.8%에 불과했다. 수출 상위 10개국 중 9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1위인 영국(46.3%)에 비해서는 3분의 1이었다.
전경련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 서비스업이 연평균 3.8% 성장하는데도 한국 서비스업 성장률이 0.6%로 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비스 수출 비중이 10위로 우리보다 낮은 중국은 서비스업 연평균 성장률이 연평균 6.2%를 기록했다.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 품목 중 승용차,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 등 상위 4대 품목에서 점유율은 3~11%에 이르렀으나 의약품, 컴퓨터, 터보제트, 의료기기 등 나머지 6대 품목에서는 1% 내외의 점유율에 그쳤다.
세계 10대 수출 품목 중 성장률이 높은 5개 품목 중에서의 비중은 반도체만 유일하게 4위였고, 나머지 품목은 모두 10위권 밖이었다. 바이오·헬스 분야에 해당하는 면역물품과 의료기기, 의약품의 경우 각각 11위, 16위, 32위에 그쳤다.
지역 편중 현상도 주목된다.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는 70.3%였다. 상위 10개국 평균인 65.3%보다 높았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25.1%)과 미국(13.5%), 베트남(8.9%), 홍콩(5.9%), 일본(5.2%) 등 5대 수출 대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58.6%)이었다.
전경련은 미국과 중국에 수출이 편중돼 있어 미중 갈등 등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상위 5대 수출국은 중국의 5대 수출국(미국, 홍콩, 일본, 한국, 베트남)과도 겹친다. 전경련은 자동차를 제외한 주요 수출 경쟁품목에서 중국보다 수출 점유율이 뒤처지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 한국의 수출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경련은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과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의 수출 품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체돼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새로운 성장 동력의 부재는 우리의 미래 수출경쟁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