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디지털 전환으로 산업 대전환 변곡점 넘어야

박상곤 한국생산성본부 디지털혁신본부장
박상곤 한국생산성본부 디지털혁신본부장

'블랙스완'을 연상시키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비접촉, 디지털 혁신이 가속되고 있다. 여행, 숙박, 항공업은 물론 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까지 심각한 매출 감소와 불확실성에 노출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게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e커머스, 에듀테크, 온라인 협업 등은 다소 약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디지털 기술 기업은 오히려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이제 전통산업도 '디지털' '고객' 관점에서 비즈니스 방식은 물론 '업(業)의 본질'을 전면 재해석해야 한다.

산업 간 융·복합 현상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산업에서도 디지털 기술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경쟁 패턴이나 대상은 범 산업으로 확대됐다. 산업 내 수직계열 관계도 새로운 생태계 네트워크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또 소비 패턴 변화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또는 고객 경험을 내세운 신산업을 창출하거나 기존 산업을 재편하고 있다.

모든 산업의 경쟁 원천은 '맞춤, 융합, 신속, 연결, 지능, 경험'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경제 키워드에 맞닿아 있다. 산업의 거시 가치 네트워크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 '디지털 전환'은 어떤 관점으로 추진돼야 할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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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산업 맞춤형'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은 디지털 기술 영향으로 크게 △전통 자동차부품 등 축소 위기 산업군 △패션의류 등 패러다임 전환 산업군 △에너지 신산업 등 블루오션 창출 산업군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산업 특성을 반영하는 한편 디지털 기술이 기업 가치사슬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둘째 산업 융·복합,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 등의 가속화를 주목해야 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이종산업 간 융·복합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에 개방형 협업과 교류는 필수다. 또 제조의 서비스화와 플랫폼 전략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지향보다 가치 지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솔루션은 물론 그 자체로 중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가치를 산업과 기업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탐색해 '디지털 기반 신제품 개발' '운영효율성 제고' '고객 경험 증대' '협업'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태계 확장과 상생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의 융·복합과 빠른 변화 주기, 새로운 기술 등장, 경쟁 구도 다변화 등은 한 산업이나 기업 역량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이 같은 한계를 직시하고 협력과 열린 이노베이션으로 개방형 생태계 확장과 상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 중심에는 디지털 뉴딜 기반의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가 있다.

지금 우리는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산업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디지털 전환 역량 진단, 산업 및 기업 맞춤형 디지털 전환 모델 개발, 디지털 기술 기반 산업 지능화, 데이터 기반 구축, 신산업 창출 등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 도메인 지식을 보유한 현장 인력들이 디지털로 무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재 양성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박상곤 한국생산성본부 디지털혁신본부장 sgpark@kpc.or.kr